‘성매매’ 청소년도 처벌하라? 개정 아청법에 반대하는 사람들

국민일보

‘성매매’ 청소년도 처벌하라? 개정 아청법에 반대하는 사람들

입력 2019-07-21 04:00 수정 2019-07-21 04:00
그림=전진이 기자

성인이 만 13~16세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최소 징역 3년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개정안이 16일부터 시행됐다.

시민 대부분은 법 개정을 환영했지만, 뜻밖에 온라인상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들끓었다. 특히 청소년 처벌을 요구하는 주장이 가장 거셌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청소년들은 왜 처벌하지 않느냐”며 개정 아청법에 반발했다.

어떤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을 포함한 10대의 성을 이용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이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격렬한 반발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실에서 성매매 청소년에 대한 처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청소년 처벌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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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아청법 무엇이 달라졌나
미성년자 의제 강간을 규정한 형법 제305조는 만 13세 미만에 대한 간음·추행 행위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위력을 이용해 만 13세 미만 아동을 간음하고 추행한 남성은 “합의하고 성관계했다”고 주장하더라도 5년 이하 징역을 받았다.

반면 만 13세 이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과 ‘합의하고 성관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성인은 처벌받지 않았다. 실제로 숙식 제공 등을 빌미로 만 13세 이상 가출 청소년과 성관계를 하고도 합의한 관계란 이유로 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시민들은 “만 13세 미만과 만 13세 이상 청소년을 나눠 처벌을 달리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성인이 궁박한 상태에 빠진 만 13세 이상부터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게 되면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징역형을 살도록 아청법을 개정했다. 청소년 인권 보호를 위한 커다란 진전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궁박한 상황을 이용한다’는 말의 의미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를 궁박한 상황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향후 법정에서는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7년 7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숭덕여고 학생들이 '가출 청소녀의 성매매에 대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합니다'는 플래카드를 펼져들고 청소년 대상 성범죄 보호 가두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개정 아청법 시행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분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정 전 아청법은 자발적으로 성을 판 것으로 인정되면 만 13세 이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도 제재가 가해졌다. 비록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대상아동’으로 분류해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내렸다. 보호처분에는 사회봉사와 보호관찰부터 소년원 수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반면 개정 아청법은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대상아동’의 범위를 만 16세 이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으로 좁혔다. 만 13세 이상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궁핍한 상황을 이용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자발성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아동으로 분류된다.

일명 ‘대상아동’ 처벌…학계와 전문가 의견은
학계에도 소수지만 ‘청소년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다. 손휘택과 김은기는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아청법의 입법 태도를 비판하며 성매수자인 성인과 매매자인 청소년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청소년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이므로 ‘자발적 성매매 청소년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입법 태도는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만 13세 이상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성을 매매한 경우에는 처벌규정을 마련하여 억제 효과를 높이는 것이 청소년의 자발적 성매매를 막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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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주장이 학계 주류는 아니다. 다수는 “청소년의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성매매에 내몰린 청소년은 형식상으로는 자발적 동의를 했더라도 그 동의를 성인과 동일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매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불가능한 만큼 성매매 청소년은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된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김혁 연구관은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동·청소년의 특성상 가정 내에서 학대나 폭력으로 경제적·심리적 지지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스스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가출과 성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10대 문제와 관련한 현장 전문가들도 ‘청소년의 자발성’을 따지는 태도를 비판한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소장도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후견인이 필요한 미성년자가 성인과 대등하다고 볼 수 없다. 미성년자 자체가 궁박한데 자발성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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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소장은 “2015년부터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상업적 성 착취 시스템이 생겨났다. 그런데 사회는 아이들을 보호할 시스템을 만들어놓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성을 판매한 미성년자의 자발성만 따진다”며 “최소한 스마트폰 플랫폼에 미성년자 실명 인증제만 도입해도 상황이 개선될 텐데 전혀 진척이 없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성관계로 돈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겠느냐. 상황이 아이들을 그런 방향을 몰았다는 사실에 대해 어른들이 모른 척 눈을 감는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또 청소년을 처벌하면 미성년자 성매매가 줄어들 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상아동으로 분류되면 보호처분을 받는다. 아이들은 이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가해자들이 처벌 규정을 이용해 여러가지 방식으로 협박한다. 겁을 먹은 아이들이 도리어 신고를 못 한다. 예방 효과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조 소장은 이어 “만약 청소년들이 배가 너무 고프다며 자발적으로 성관계 한 번 하고 20만원을 달라고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그게 자발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어른들에게는 그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그런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성인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발적으로 성매매하는 청소년이 있다는 인식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청법 개정안은 절대 훌륭하지 않다.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며 “아동·청소년과 성관계한 성인은 무조건 처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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