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들 필리핀에 유기한 부모, ‘네팔’에도 두 차례 버렸다”

국민일보

“장애아들 필리핀에 유기한 부모, ‘네팔’에도 두 차례 버렸다”

입력 2019-07-18 07:21 수정 2019-07-18 10:14

정신장애가 있는 아들을 필리핀에 버려둔 혐의를 받는 한의사가 과거 네팔에도 두 차례나 유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한의사 A씨(47)가 2010년 7월과 12월에도 아들을 네팔에 홀로 둔 채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아이는 두 번 모두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한국에 돌아왔다고 한다.

A씨는 아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아들의 취학통지서가 나오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식이었다. 사건을 담당한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윤경원 부장검사는 “‘아이가 안 다니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A씨가) 진술했다”며 해당 아동의 취학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11월쯤 아들 C군(당시 10세)을 필리핀으로 데려가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A씨는 C군을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 즉 ‘코피노’라고 속인 뒤 양육비 3500만원을 주고 떠났다. 자신이 일용직 노동자라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데다, 아이 엄마 없이 홀로 키우기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C군의 이름을 바꿨고, C군이 귀국하지 못하게 여권까지 빼앗았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니면서도 C군이 있는 필리핀 보육원에 방문한 적은 없었다.

A씨의 만행은 후임으로 부임한 선교사 때문에 드러났다. 후임 선교사는 공격적 성향을 띄는 C군을 부모에게 돌려보내려고 연락할 방법을 수소문했고, 방법이 마땅치 않자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 그는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C군은 코피노가 아니며 한국인 아빠가 버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수사를 의뢰,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다. C군은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릴 것”이라며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태다. 해외에 4년간 방치된 충격으로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돼 소아 조현병 진단도 받았고, 왼쪽 눈은 실명됐다. 현재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2011년과 2012년에도 어린이집, 사찰 등에 C군을 버리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C군 나이, 보호자 이름, 주소 등을 일체 숨긴 채 연락처만 남겼다고 한다.

A씨는 지난 16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 아내 B씨는 아동 유기·방임 공범 혐의를 받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 보낸 것”이라며 “아이를 버린 게 아니다.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못 데리러 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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