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이 계부에 살해되기까지 18일간, 경찰 보호는 없었다

국민일보

의붓딸이 계부에 살해되기까지 18일간, 경찰 보호는 없었다

입력 2019-07-18 17:59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해 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31)씨가 지난 5월 7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전남 무안군에서 발생한 ‘계부 중학생 딸 살해·유기 사건’ 관련, 경찰은 피해자 A양(12)의 신변 보호 요청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이 의붓아버지의 성추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지 18일 만에 보복 살해를 당하기까지 경찰의 보호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의 신변 보호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A양의 시신이 저수지에서 발견되고서야 계부 김모(31)씨를 긴급 체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양의 친부는 4월 9일 “딸이 의붓아버지로부터 성기 사진과 야한 동영상을 핸드폰을 전송받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112에 신고했다. A양과 친부는 당일 목포경찰서를 찾아 1차 조사를 받았다.

A양은 사흘 뒤인 12일 경찰서를 다시 찾아 “의붓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할 뻔했다”고 추가 신고했다. 경찰은 14일 지역 해바라기센터에서 A양을 조사했고, A양은 이때 신변보호를 신청했다. 신변 보호 요청은 A양의 서명과 법정대리인 자격의 친부의 서명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신변보호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A양은 다음 날 “아버지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돌연 신변보호 요청을 취소하겠다는 문자를 경찰에 보냈는데, 경찰은 이 역시 그냥 넘겨버렸다. 인권위는 “신변보호 요청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문자로 밝혔다 하더라도 경찰은 이에 관해 친부의 의사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양은 당시 경찰 조사 때 “의붓아버지에 의한 성폭행 피해가 오랫동안 빈번하게 있었고, 의붓아버지가 집까지 쫓아올까봐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인권위 조사를 보면 광주지방경찰청은 16일 목포서에서 이첩받은 사건을 7일이 지난 23일에야 접수했고, 접수 후에도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5일 후인 28일 저수지에서 A양의 시신이 발견되자 광주 동부경찰서는 계부 김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자신을 성범죄자로 신고한 A양에게 복수하려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김씨가 A양을 27일 차량 뒷좌석에서 목 졸라 살해할 때 운전석에는 친모가, 조수석에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두살배기 아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더했다.

인권위는 경찰의 이런 허술한 대응이 A양의 안전과 보호에 공백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목포서장과 광주지방경찰청장에게 처음 신고를 받고 수사한 담당 경찰과 지휘 책임자 등을 경고 조치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직무 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또 법무부 장관에게 계부가 학대 가해자고 재발 우려가 높을 경우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이 정한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임시조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권고했다. 피해아동의 주거로부터 퇴거,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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