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쿠팡 탈퇴’를 둘러싼 논란, 어디까지 사실일까

국민일보

[팩트체크] ‘쿠팡 탈퇴’를 둘러싼 논란, 어디까지 사실일까

입력 2019-07-23 15:37 수정 2019-07-24 11:04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이 일본 불매운동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었다는 소비자들의 ‘쿠팡 탈퇴’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을 공격하는 근거 가운데 일부는 사실과 다르지만 소비자들은 흔들리는 분위기다.

23일 주부들이 많이 찾는 대형 인터넷 카페나 지역 커뮤니티를 보면 최근 열흘 새 ‘쿠팡 탈퇴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다. ‘쿠팡 탈퇴’를 공개한 이들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거나 ‘일본과 관계가 좋아져도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거나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등의 문구를 탈퇴 사유로 적었다고 인증하기도 한다.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쿠팡을 불매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글도 공유되고 있다. 이 글을 근거 삼아 쿠팡을 탈퇴하거나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쿠팡은 “불매운동이 탈퇴로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쿠팡을 둘러싼 각종 ‘설’들은 어느 정도 진짜일까. 일본 불매운동에서 뜻밖의 유탄을 맞고 있는 쿠팡, 각종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① 쿠팡은 일본 자본으로 세워진 회사인가

쿠팡은 2010년 김범석 대표가 세운 회사다. 다만 2015년, 2018년 두차례에 걸쳐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건 사실이다.

일본 불매운동 시점에 쿠팡 불매가 거론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손 회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꾸렸는데,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자본이 대거 투입된 회사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15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는 아랍계 자산가들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이 만든 펀드이긴 하지만 일본 자본이라기보다 글로벌 자본으로 꾸려진 펀드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쿠팡을 견제하는 업계에서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았다고 친일 기업이라고 보는 건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② 일본으로 배당금이 들어가는가

쿠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쿠팡 불매에 나선 이들은 쿠팡이 돈을 벌면 결국 손정의와 일본인 등 투자자들의 배를 불리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은 상장사가 아니다보니 기업 정보가 공개 대상이 아니다. 매출·영업이익·인력 규모 등은 연 1회 공개하지만 쿠팡이라는 기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대부분 비공개가 원칙이다. 소비자가 이에 대해 사실을 확인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 투자받은 2015년 이후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투자자들에게 배당이 돌아가지 않았다”며 “일본으로 배당금이 들어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은 로켓 배송과 물류센터 구축 등으로 계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1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하반기에 위기설이 고조됐으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로 분위기가 반전됐었다.

악수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대표

여기까지는 일본과 관련된 쿠팡의 소문들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본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므로, 어느 정도 팩트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쿠팡 불매운동의 근거로는 ‘괴담’에 가까운 내용도 포함돼 있다.

③ 외국인 임원 100명이 인건비 5000억원 독식?

쿠팡을 비판하는 글 가운데는 외국인 임원이 100명에 이르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연간 5000억원 이상이라는 내용도 있다. 쿠팡을 둘러싼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한 무렵인 지난 17일 ‘쿠팡 뉴스룸’에 올라온 설명자료에 “(우리나라에서)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적으면서 불이 붙었다.

쿠팡을 비판하는 글을 보면 2017년 기준 외국인 임원을 제외한 쿠팡 직원은 5000여명이고, 당시 인건비로 든 비용은 6454억원인데 임원들에게 돌아간 금액이 3000억원 이상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기준 쿠팡맨 수는 4000명 정도이고 쿠팡맨에게 돌아가는 인건비는 1500억원 정도라는 계산도 내놨다.

이 부분에 대해 쿠팡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쿠팡 등에 따르면 쿠팡의 외국인 임원 수는 20명이 안 된다고 한다. 배송을 전담하는 쿠팡맨은 4800명 안팎이고, 개발자 등 사무직까지 포함하면 9000명 가까이에 이른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다만 외국인 임원들에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 쿠팡 관계자는 “해외의 실력자를 모셔오면서 홀대할 수는 없다. 이건 쿠팡만의 특수 상황이 아니라 어느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인재도 해외에서 모셔갈 때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④ 김범석 쿠팡 대표는 한국인을 싫어한다?

김 대표가 한국인을 싫어한다는 소문도 쿠팡 불매의 주요 근거로 쓰이고 있다. 고위 임원에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 대표의 내적 상황이기 때문에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쿠팡의 한 관계자는 “쿠팡 직원 대다수가 한국인들이다. 쿠팡의 정보람 대표와 고명주 대표는 100% 한국 사람인데 이래도 한국을 홀대한다고 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쿠팡은 뉴스룸 설명자료에도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뉴스룸에는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 이미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 “축구장 193개 넓이의 물류 인프라를 건설하고 수많은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조원의 투자를 진행했다”는 등의 설명이 담겼다.

⑤ 쿠팡은 미국 회사다?

쿠팡은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가 맞다.

미국 쿠팡 LLC가 쿠팡 지분 100%를 가진 지주회사다. 쿠팡은 쿠팡 LLC의 지배를 받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김 대표가 미국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다보니 미국에 근거지를 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이 맞다.

미국계 회사인 쿠팡이 국내 유통 환경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일본 불매운동과 별개로 쿠팡은 불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쿠팡이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해 결국 쿠팡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게 근거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아서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시작하면서, 미국 회사니까 도와주면 안 된다는 전개가 논리적으로 안 맞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쿠팡이 업계 안팎에서 공격받는 현실이 소비자들에게로도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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