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우발적 범행 주장하려면 근거 가져와라” 재판부의 일침

국민일보

“고유정, 우발적 범행 주장하려면 근거 가져와라” 재판부의 일침

입력 2019-07-23 15:43

제주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오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23일 오전 10시30분 고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제주지법 제201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정식 재판에 앞서 피고인 혐의 등을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다. 고유정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고유정 측 변호인에게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인터넷 검색에는 마치 살해를 준비한 듯한 내용이 있다”며 “왜 검색했는지 다음 공판까지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근거를 제출해야한다는 의미다. 고유정 측이 왜 이같은 내용을 검색했는지 입장을 내놔야 검찰 측 공소사실을 반박할 수 있다.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고유정은 숨진 강씨가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5월 10일 이후 휴대전화와 청주시 자택 내 컴퓨터를 이용해 ‘니코틴 치사량’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집중 검색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도 “공소장에 적힌대로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서 고유정이 피해자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갖게됐다는 부분을 입증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범행동기 파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유정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제2형사부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신속한 판결을 위해 가급적 공판일정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고유정의 변호인은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은 수박을 써는 과정에서 전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전남편을 증오의 대상으로 여겨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으로 졸피뎀 처방 내역과 뼈의 무게와 강도 등을 검색한 것 역시 범행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전남편을 살해한 뒤 혈흔을 지우고 제주와 김포에서 시신을 훼손한 혐의는 인정했다. 변호인은 또 “고유정이 억울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정이 살인·훼손·유기한 강씨의 시신이 결국 발견되지 않아 이 사건은 끝내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장으로 향하게 됐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 경찰은 지난 6월 1일 고유정을 청주의 자택에서 긴급체포해 같은 달 12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1일 고유정을 재판에 넘겼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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