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리포트] 日대학생들 “젊은층은 한국 사랑…발언권 생기면 달라질 것”

국민일보

[백팩리포트] 日대학생들 “젊은층은 한국 사랑…발언권 생기면 달라질 것”

입력 2019-07-30 00:14
일본 도쿄 도시마구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릿쿄대학교(立敎大學) 정문

백팩리포트=국민일보 1~3년차 청년 기자들이 백팩을 둘러메고 세계 곳곳 이슈의 현장을 찾아간다. 젊은 기자들은 갈등의 현장에서 현지인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듣고,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지고, 고민을 나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도쿄 릿쿄대학교(立敎大學) 앞에서 지난 25일 일한대학생미래회의(JKSFF)를 위해 모인 5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이중 2명은 한국인으로 일본 대학에 재학 중이며 나머지 3명은 일본인 대학생이다. 이들에게 일본의 경제 보복, 위안부, 강제 징용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답변은 다양했지만 한국을 사랑한다는 마음은 같았다. 이들은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하지만 지금 사회를 움직이는 건 한국에 대한 선입견이 강한 윗세대다. 나중에 우리 세대가 힘을 갖게 되면 한일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한대학생미래회의는 사단법인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 후원을 받는 한일 대학생 교류 단체다. 일본에 거점을 둔 일한대학생미래회의에는 총 50여명의 한일 대학생이 교류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서 한 달에 두 번 정기 모임을 갖는다. 한국인 학생들이 일본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한일 이슈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JKSFF 일원으로 와세다대에 재학 중인 윤준희(20)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그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양쪽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 지인들은 ‘너는 왜 거기서 살아? 왜 안 돌아오고 있어?’라고 묻고 일본인 친구들은 한국의 불매 운동을 가리키며 ‘너네 나라는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한다”며 “이런 위치에 있는 저로서는 둘 다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4년째 거주하며 일본 대학에 다니는 이모(26)씨도 “여기 와보니 한일 문제가 다른 시각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 취임 후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어기면서 일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인 대학생들은 정권마다 바뀌는 한국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릿쿄대에 재학 중인 치쿠바 마리모(19)양은 “한국 입장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많이 달라진다”며 “매번 나라의 입장이 변하면 역사 문제 해결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독교대학에 다니는 타오 사이(20)씨 역시 “맞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맞장구쳤다.

이들은 일본 역사 교육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일본 학교에서는 ‘위안부와 강제 징용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고 배운다고 전했다. 츠쿠바대에 재학 중인 아이 츠보타(19)양은 “학교에서 강제 징용과 위안부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치쿠바양도 “역사 시간에 그렇게 배워서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지부터 알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양은 “한국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고등학교 수업 중에 ‘위안부는 사실’이라고 말해줘서 그때서야 위안부에 대해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일본 학생들은 수업에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정확히 배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이양은 “한국에 대해 공부하면서 일본에서 하는 역사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시계 방향으로) 타오사이씨, 치쿠바마리모양, 아이츠보타양, 윤준희씨, 박세원 기자

그럼에도 한일 역사 갈등을 해결하려면 일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했다. 윤씨는 “과거에 일어난 사실은 인정하고 앞으로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애쓰겠다고 말하는 게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이고 확실한 방안을 고민해서 실행해야 하는데 지금 일본이 ‘잘 나가는 국가’이다보니 사과를 하든 말든 잘 살 수 있어서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아이양 역시 “역사에 무지해 한국 측 입장이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한국이 용서를 해줄 때 비로소 해결될 것”이라며 “일본은 과거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 문제는 과거이기에 미래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타오씨는 “지난 16~19일 2019 한중일 대학생 외교캠프에 참석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역사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라 우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중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한일 관계에서도 누가 잘못했느냐를 논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쌓아갈지 고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를 경제 제재로 확대한 아베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참의원 선거를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치쿠바양은 “역사와 경제는 다른 분야인데 (아베 정부가) 선거에서 이기려고 반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도 “부당한 방식이었다”고 공감했다.

이들은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인식은 세대에 따라 다르다고 강조했다. 타오씨는 “부모님은 아베 신조 총리를 지지해 한국을 비난하고 일본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는 한국을 조금이라도 공부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부모 세대와의 의견 차를 설명했다. 부모님에게 자신의 견해를 얘기하면 “한국을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밀했다.

앞으로 20대가 일본 사회 내에서 힘을 갖게 되면 한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도 전했다. 타오씨는 “윗세대는 한국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젊은 세대는 일본 내 한인타운에도 자주 가는 등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며 “지금은 부모님 세대가 정치와 사회를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 세대가 힘을 갖게 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양 역시 “문화와 정치는 다르다”며 “20대의 문화 교류는 앞으로 정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격화되더라도 문화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씨는 “정치만 나라가 아니다”라며 “이번 상황으로 ‘한일 문제가 터져 JKSFF를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고 하는 (한국) 단체도 있어 골머리를 앓았다. 문제는 잘 해결됐지만 정치와 문화는 다르게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씨도 “민간 교류는 항상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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