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성 관절염 발생 과정 ‘수수께끼’ 풀었다

국민일보

류머티즘성 관절염 발생 과정 ‘수수께끼’ 풀었다

가톨릭의대 김완욱 교수, 태반성장인자의 역할 새로 규명…세계 최초

입력 2019-08-13 00:02 수정 2019-08-13 00:02
류머티즘성 관절염 손 관절 변형 모습. 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제공

류머티즘성 관절염 같은 난치성 면역질환은 병이 생긴 부위에 혈관이 잘 발달돼 있고 혈관 주변에 특이하게 ‘림프구(면역세포의 일종)’가 많이 모여든다.

하지만 서로 가까이 있는 혈관과 림프구의 상호작용에 대해선 거의 밝혀져 있지 않고 질병 발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미궁으로 남아있던 이런 난치성 면역질환 발생 과정의 수수끼를 풀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류머티스내과 김완욱 교수는 ‘병든 림프구’에서 다량 분비돼 혈관 형성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등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태반성장인자’의 역할을 새롭게 규명해 냈다고 12일 밝혔다.

태반성장인자는 임신 중 태반에서 생산돼 혈관 형성과 영양 성장을 촉진한다. 암이나 만성 염증 같은 질병 상황에서만 증가하고 정상에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의 관절 내에는 정상 관절에 비해 태반성장인자가 4배 이상 증가돼 있다.

김 교수는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과 림프구가 흥분하는 것 사이에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전세계에서 아무도 하지 못했다”면서 “우리 연구팀은 이 둘은 매우 관련이 깊으며 ‘태반성장인자’가 매개하며 이로 인해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태반성장인자는 본래 임신 시 태반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림프구의 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는 거의 연구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태반성장인자가 병든 림프구에서 다량 분비돼 혈관을 과도하게 만드는 동시에 림프구, 특히 ‘인터루킨 17’을 만드는 림프구를 자극하고 흥분시켜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생쥐의 다리에 만성 염증을 유도했다. 태반성장인자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생쥐(왼쪽 위)에 비해 태반성장인자가 부족한 생쥐(아래)에서 뒷다리 관절 부기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관찰할 수 있다.

또 태반성장인자가 혈관 생성과 림프구 흥분이라는 두 가지 병리 작용을 동시에 매개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를 ‘안지오-림포카인’으로 명명했다.

김 교수는 “태반성장인자가 인터루킨 17을 만드는 병든 림프구의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함을 증명했다”면서 “인터루킨 17을 만드는 림프구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같은 면역질환을 일으키는 ‘돌격대’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생쥐에서 태반성장인자를 만드는 림프구를 몸 속에서 제거했을 때 인터루킨 17을 만드는 병든 면역반응이 줄어들었고 류머티즘성 관절염 뿐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 등 다른 면역질환들도 현저히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인위적으로 태반성장인자를 많이 생성하는 림프구를 만들었더니 인터루킨 17이 증가하면서 이 병들이 나빠졌다.
다시 말해 태반성장인자가 인터루킨 17의 상위 조절자로서 류머티즘성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태반성장인자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림프구(왼쪽 A 사진의 아래)는 태반성장인자를 만들지 못하는 림프구(A 사진의 위)에 비해 혈관 형성이 크게, 병적으로 증가했다. 림프구에서 태반성장인자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생쥐(Plfg-Tg)는 정상 마우스에 비해 관절염 발생이 시간에 따라 크게 증가함을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혈관-인터루킨 17 생성-림프구 흥분에 의한 류머티즘 발생간의 삼각관계가 증명됐으며 그 가장 중심에 ‘태반성장인자’가 존재함을 밝힌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반성장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할 경우 관절염이 생긴 염증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터루킨 17이 발병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다발성 경화증 등 다른 난치성 면역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이뮤놀로지’ 13일자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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