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소송 원고 이춘식씨, 日 수출규제로 고통스러운 시간 보내”

국민일보

“강제징용 소송 원고 이춘식씨, 日 수출규제로 고통스러운 시간 보내”

입력 2019-08-13 11:27 수정 2019-08-13 13:33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관련 재상고심이 열린 대법원 대법정에 들어서며 손을 들어 인사하는 이춘식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징용피해 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낸 이춘식(95)씨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에서 징용피해 배상청구 소송을 근거로 들어 수출규제를 가한 것이 이씨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13일 이 소송의 원고 측 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를 인용해 “나 때문에 (한국의)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돼 (마음에) 부담을 느낀다”는 심정을 이씨가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겨서 얻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뿐인데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이 할아버지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941년 이와테(岩手)현 가마이시(釜石) 제철소에 동원된 이씨는 2005년 다른 3명과 함께 이 제철소를 승계한 법인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 문제가 모두 해결된 만큼 이 판결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피고인 일본제철의 판결 이행을 막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한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달부터 반도체 소재를 시작으로 주요 품목에 수출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시작점으로 삼았다.

앞선 김 변호사의 설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씨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4명 중 이씨가 유일한 생존자이기 때문에 더욱 부담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제징용 소송에서 원고 측을 대리한 임재성(왼쪽)·김세은 변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변호사는 교도통신에 “원고들은 징용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 할아버지는 최근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결돼 배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지난 10일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주최로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대법원판결은 일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해결 못한 것을 제대로 얘기해 해결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하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는 쪽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과거에 고통 받고 지금은 늙은 사람들”이라며 “국가 간 약속 때문에 피해자 개인이 어떤 주장도 못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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