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산다는 것에 관하여…문학잡지 ‘파리리뷰’의 정수를 모았다

국민일보

작가로 산다는 것에 관하여…문학잡지 ‘파리리뷰’의 정수를 모았다

[책과 길] 작가라서/ 파리리뷰 엮음/ 김율희 옮김/ 다른/ 616쪽/ 2만6500원

입력 2019-08-13 15:21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미국 문학잡지 ‘파리리뷰’의 명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1953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된 이 잡지는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인터뷰를 잇달아 게재하면서 화제가 되곤 했다. 국내 독자에게는 2014년 1월부터 잇달아 출간된 ‘작가란 무엇인가’(전 3권) 시리즈로 유명하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파리리뷰에 실린 몇몇 인터뷰를 옮긴 것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두루 훌륭한 시리즈였다.

‘작가라서’는 파리리뷰에 실린 대작가들 인터뷰를 주제별로 편집해 정리한 책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토니 모리슨,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등 20세기 문학사에 선명한 무늬를 남긴 작가가 차례로 등장해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특징은 부제를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표지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303명의 거장,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아이디어.”

책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34개의 질문은 인상적이다. “왜 글을 쓰십니까” “성공과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늘 도입부부터 쓰십니까” “섹스 장면을 쓰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피부색이 작가의 활동에 영향을 미칩니까”…. 독자들은 이들 질문에 답한 작가들의 말을 통해 그들의 작법과 철학을 만나게 된다. 온전한 인터뷰를 읽는 게 아니니 작가들의 삶을 주마간산 수준으로 일별하는 수준인데, 그렇다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아니다. 6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리뷰의 정수를 맛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작가들이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도, 작업하는 방식도, 문체에 대한 생각도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삶에서 반드시 하나의 정답이 있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만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어떤 작가의 인터뷰에서든 공통으로 드러나는 건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다. 캐서린 앤 포터는 이렇게 말한다.

“일종의 열정, 그러니까 휘몰아치는 열망 외에 그 어떤 것도 없이 시작했어요. 그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 왜 왔는지 모릅니다. 아무것도 막지 못할 만큼 왜 그리 완강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와 제 글 사이에는 제가 경험한 유대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유대감이 있어요. 사람 또는 다른 일이 주었던 그 어떤 유대감이나 연대보다도 강력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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