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원 월세 수개월 못냈는데 관리 명단서 누락”… 굶주리다 숨진 탈북 모자

국민일보

“9만원 월세 수개월 못냈는데 관리 명단서 누락”… 굶주리다 숨진 탈북 모자

입력 2019-08-13 16:51 수정 2019-08-13 18:00

굶주리다 숨진 탈북 모자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지난 5월 중순 잔액 3858원을 모두 인출한 게 마지막이었다. 9만원의 월세도 수개월간 내지 못한 이들은 사망 약 2달 뒤에 발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관악구 봉천동 소재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이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모자의 시신은 아파트 관리인의 신고로 발견됐다. 신고자는 경찰 조사에서 “수도요금 미납으로 단수가 됐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찾아가 복도 쪽 창문을 열어보니 시신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모자는 집 안에서 약 2m 간격을 두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경찰 발견 당시 한씨 집 냉장고 안에는 물이나 음료수 없이 봉지에 든 고춧가루만 남아 있었다. 집에서 발견된 통장에 남은 돈은 0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발견 당시 집 안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 아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살이나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씨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장사를 하다 탈북했다. 중국과 태국에서 지내다 중국 동포 남성과 결혼했다. 2009년 한국에 들어온 한씨는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12주간 사회적응교육을 받고 이후 재정 지원도 받았다. 중국 동포 남편은 경남 통영의 조선소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에 한씨 가족은 이후 중국으로 이사 갔다.

지난해 아들과 한국에 돌아온 한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같은 해 10월 관악구로 전입했다. 이후 신변보호 담당관이 한씨에게 전화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숨지기 직전 모자의 정기 수입은 양육수당 월 10만원이 전부였다. 아들에게 병이 있었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씨는 탈북민 단체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기 위해 임대료나 관리비 체납 정보를 수집한다”며 “3개월 이상 체납한 가구 명단을 받고 있는데 한씨 건은 왜 누락이 됐는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저희 입장에선 사각지대로 (탈북민 관리가) 안된 부분이 있어서 이런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점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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