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권소희 “이제야 6·25참전 아버지의 고통을 헤아리게 됐다”

국민일보

재미작가 권소희 “이제야 6·25참전 아버지의 고통을 헤아리게 됐다”

입력 2019-08-13 18:06 수정 2019-08-13 18:11
권소희 작가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앞에서 신작 '초록대문 집을 찾습니다'와 '독박골 산1번지'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재미 작가 권소희(58)가 장편소설 ‘독박골 산1번지’와 에세이 ‘초록대문 집을 찾습니다’(이상 도화)를 펴냈다. 1999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가 20년 만에 나란히 낸 책이다. 두 책은 어린 시절 작가가 살았던 동네를 배경으로 그가 느꼈던 아픔을 그리고 오랫동안 미워했던 누군가와 화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기로 보인다.

권 작가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독박골 산1번지의 배경은 유년기에 우리 가족이 살았던 북한산 자락의 달동네다. 해외에 살면서 어린 시절에 대해 더 자주 회고하고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소설은 젊은 남녀를 주인공으로 어린 시절의 독박골에서의 기억으로 시작해 성인이 된 후 다시 독박골로 들어가는 결말을 담고 있다.

“무능력해 보이는 아버지,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우는 동네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가난이 주는 아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독박골에 살고 있는 것이 창피하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내 정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6·25전쟁 참전 후 직업군인으로 일했던 아버지는 한참 경제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퇴역했다고 한다.

“어릴 때 본 아버지는 술을 많이 마셨고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 아버지가 너무 미웠다”고 했다. ‘초록대문 집을 찾습니다’에 수록된 에세이 ‘내가 본 신의 눈물’에는 당시 어머니 얘기가 나온다. “어머니는 틈만 나면 담요에 성경책을 둘둘 말아 교회로 향했다.… 나는 보았다. 구부정하게 딱딱한 의자에 앉아 밤새 기도를 하던 어머니의 등허리에 겹쳐지는 신의 눈물을.”

어머니는 신앙에 의지해 삶을 견뎠다. 1999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는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감정을 들여다보게 됐다. “하나님에게 아버지를 구원해달라고 했지만 돌아보면 그 기도는 나를 위한 것이었다. 한 번도 전쟁터에 끌려나갔던 아버지의 그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동안 그 자책과 회한이 내 마음속의 짐이었다”고 했다.

두 책에는 작가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작가는 “이제야 내가 작가가 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성신여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03년 늦깎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은 그는 제3회 해외 한국소설문학상과 보훈문예작품전 수필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광복에 헌신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하늘에 별을 묻는다’(2016)라는 세종 도서 문학 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글·사진=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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