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리얼돌 원한다면?” 남자 8명, 여자 8명에게 물었다

국민일보

“연인이 리얼돌 원한다면?” 남자 8명, 여자 8명에게 물었다

입력 2019-08-18 00:15 수정 2019-08-18 00:15
연합뉴스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 및 판매를 합법화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 리얼돌을 둘러싼 사회적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한 업체가 2017년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받은 후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논쟁이 포문을 열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전체적인 모습이 실제 사람과 흡사한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리얼돌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 1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며 업체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은 지난 6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리얼돌의 수입 및 판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2일 오후 6시 기준 26만명이 동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찬성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양측은 온라인상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 반응을 보면 리얼돌 찬성 측의 절대 다수는 남성, 반대 목소리는 여성으로 양분된 듯 보인다. 물론 온라인의 특성상 성별 확인은 어렵다. 그렇다면 실제 시민들의 생각도 온라인처럼 남녀로 양분됐을까. 궁금할 때는 물어보면 된다. 그래서 물어봤다. 국민일보는 리얼돌 찬성과 반대 측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남녀 8명씩 총 16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결과는? 정확하게 예상 그대로였다.

답변한 여성 8명 중 7명, 남성은 8명의 절반인 4명이 리얼돌에 반대했다. 여성은 압도적 다수가 반대했고 남자들 의견은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전체적으로는 16명 중 다수인 11명(남자 4명·여자 7명)이 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했다. 반대한 이들은 ‘리얼돌이 성별에 상관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그림=김희서 인턴기자

대법원 판결, 어떻게 생각하나

인천 남동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모(여·49)씨는 “리얼돌 판매가 단순한 상품 판매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대법원 판결에 반대했다. 나씨는 “우리나라의 경우 체계적인 성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리얼돌은 이런 상황에서 성 인식을 더욱 왜곡시킨다고 생각한다”며 “성적 자유는 존중하지만 그 형태가 왜 여성 혹은 남성의 모습을 한 성인용품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안모(남·27)씨도 “실존 인물을 재현하거나 아동의 형상을 본 떠 제작한 리얼돌은 외관이 똑같지 않더라도 남성 또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러한 형태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로 인정될 수도 없고 인정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3학년 곽모(남·23)씨는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대법원이 기술 발전속도를 간과한 것 같다. 대법원이 판단의 근거로 삼은 리얼돌보다 훨씬 정교한 형태의 리얼돌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신체를 본뜬 리얼돌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기술의 디테일은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튜버 찬우박이 지난 8일 강남역에서 리얼돌 수입 및 판매 합법화 찬성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반면 인터뷰이 16명 중 5명(남자 4명·여자 1명)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 대법원의 판결은 옳다”고 주장했다. 다만 특정인을 본뜬 리얼돌 허용 여부에는 이견을 보였다.

찬성 5명 중 4명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 대법원의 판단은 옳지만, 특정인을 본뜬 리얼돌은 출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중 유일하게 찬성 목소리를 낸 대학생 A씨(여·23)는 “타인의 신체 일부를 허가 없이 도용하거나 아이의 신체 형상을 한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외의 리얼돌 사용은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B씨(남·28)도 “장애가 있거나 일반적인 연애를 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리얼돌은 성인용품을 넘어 정서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을 재현하는 것은 분명히 초상권 침해이자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다. 분명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법한 절차가 만들어진다면 특정인을 본뜬 리얼돌도 괜찮다고 주장한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 대학생 장모(남·24)씨는 “일본 AV 배우들이 자신의 성기를 본뜬 자위기구를 출시하듯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특정인이 동의한다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아동을 형상화한 리얼돌 제작에는 예외 없이 모두 반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리얼돌은 강간인형인가

여자들은 반대 답변을 한 전원(7명)이, 남자의 경우에는 다수(반대 답변 4명 중 3명)가 리얼돌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강화한다는 데 동의했다.

대학생 임모(여·24)씨는 “리얼돌이 단순히 여성을 재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얼돌은 상대가 어떤 행위를 해도 저항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준다”며 “리얼돌 사용 방식은 여성이 남성의 성욕을 해소시켜주기 위한 존재라는 점을 느끼게 한다. 또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사회적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모(여·24)씨는 “시중에 판매하는 리얼돌 중 성적으로 대상화되지 않는 리얼돌이 있나”라며 “단지 인형이라 말하기에 리얼돌은 인간과 너무 흡사하다. 일부 커뮤니티가 리얼돌을 ‘정액받이’ ‘강간인형’이라고 칭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쳐

반면 남성의 다수(8명 중 5명), 여성 답변자 중 소수(1명)는 리얼돌이 성적 대상화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남·22)씨는 “리얼돌은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일 뿐이다.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닌 개개인의 문제”라며 “리얼돌과 여성을 결부지어서는 안 된다. 이미 시중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을 본뜬 리얼돌도 판매되고 있다. 여성이 성적 대상화의 피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C씨(남·27)도 “여성들의 주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리얼돌 사용이 성적 대상화를 강화한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자료나 공식적인 수치는 없다”며 “법으로 무엇인가를 제재할 때에는 ‘그럴 것 같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도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사법체계 원칙에 따라 합법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리얼돌 판매대행 사이트 캡쳐

리얼돌이 성범죄 증가시킬까

성적 대상화에 대한 답변과 정확하게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여자들은 반대 답변을 한 전원(7명)이, 남자의 경우에는 반대 답변을 한 다수(4명 중 3명)가 리얼돌이 성범죄를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리얼돌 사용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로 이어지면 여성이 성범죄 피해자로 더 쉽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서모(여·24)씨는 “당연히 원인이 될 수 있다. 리얼돌은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이성(주로 여성)을 상대로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는 것이다”라며 “정말 성적 욕구만 해소한다면 왜 굳이 여성의 모습을 소름 끼치게 세밀하게 본떠 만든 인형을 구매해 집에 모셔두나 싶다. 리얼돌 사용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여자들을 마주하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라고 반문했다.

곽씨(남성)는 “단기적으로 성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경향이 강해질 가능성은 높다. 따라서 리얼돌로 인한 성범죄가 증가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남성의 다수(8명 중 5명)와 여성 답변자 1명 등 6명은 리얼돌과 성범죄를 연관짓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반대 측이 내세우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장씨(남성)는 “설령 성범죄가 증가하더라도 원인을 리얼돌에서만 찾을 수 있겠나. 단지 사회 분위기 또는 반대 측의 확인되지 않은 공포심만으로 개인이 욕구를 해소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대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C씨(남성)도 “리얼돌을 사용하는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성별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며 “남성의 성욕은 리얼돌과의 성행위로 해소된다. 성 욕구가 더 커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리얼돌 판매사이트 캡쳐

리얼돌은 성인용품일 뿐?

리얼돌에 반대한 사람들(여자 7명, 남자 4명)은 리얼돌과 자위기구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얼돌은 인간 신체를 본떴으므로 기능에만 집중한 단순 성인용품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씨(여성)는 “일부 리얼돌 찬성론자들은 리얼돌에 반대하면 시중에 있는 자위기구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리얼돌을 자위기구와 똑같은 성인용품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며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과 몸을 그대로 본떠 만든 인형을 집에 두고 성적인 행동을 한다면 이걸 단순 성인용품으로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강씨(남성)는 “리얼돌은 커스터마이징으로 실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본 떠 만들 수 있다”며 “허가받은 특정 인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모델로 삼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 일반 자위기구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얼돌에 찬성하는 이들(남자 4명·여자 1명)은 리얼돌과 자위기구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씨(남성)는 “리얼돌은 자위기구보다 정서적 안정 등 기타 욕구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뛰어나다. 하지만 극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규제하지 말고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캡쳐


“리얼돌 사고 싶어” 당신의 연인이 이렇게 말한다면?

이 질문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남성들의 경우 리얼돌에 시종일관 찬성한 이들까지 포함해 전원(8명)이 이 질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성의 경우는 반대 답변자(7명)는 부정적인 답을, 찬성 답변자(1명)는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남성에 비해서는 답변에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리얼돌이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게 반대 답변의 이유였다.

곽씨(남성)는 “리얼돌을 사용하는 이유를 도저히 가늠하지 못하겠다. 또 반대로 상대방이 잠자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리얼돌을 선물한다고 말해도 거절할 것 같다. 남녀 간의 잠자리는 단순히 성욕을 해결하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씨(여성)는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이 본인들이 생각하는 여성 또는 나를 그대로 본떠 만든 인형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상상만으로 소름끼친다. 정말 최악이다. 인형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줄곧 리얼돌 사용을 찬성한다고 주장했던 B씨(남성)는 애인이 리얼돌을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B씨는 “보통 리얼돌은 일반적인 연애가 가능한 사람들이 흔히 쓰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애가 있거나 큰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애인에게 리얼돌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남성)도 “앞서 리얼돌 사용은 개인의 의사에 따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막상 사랑하는 사람이 리얼돌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불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A씨(여성)는 실존 인물을 본떠 만들거나 아동의 형상을 한 리얼돌이 아니라면 애인이 사용하는 것도 관계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유일한 답변자였다. A씨는 “일반적인 이성 관계에서 리얼돌을 사용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애인이 리얼돌 사용을 원한다면 개인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태현 인턴기자,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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