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백태웅·은수미, 그리고 조국…‘사노맹 사건’ 뭐길래?

국민일보

박노해·백태웅·은수미, 그리고 조국…‘사노맹 사건’ 뭐길래?

입력 2019-08-14 00:10 수정 2019-08-14 00:1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인사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조 후보자가 연루된 이른바 ‘사노맹 사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노맹 사건은 1990년에 발표된 좌파 혁명조직 사건으로, 훗날 정보기관에 의한 고문·조작 사실이 폭로된 대표적인 공안사건이기도 하다. 관련자 전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사면·복권돼 상당수가 현재 학계, 정치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노맹, 결성·체포·재판, 그리고 이후에 벌어진 일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은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 시기였던 89년 11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와 박노해 시인 등이 출범한 조직이다. 당시 사노맹은 92년까지 노동자 중심의 정당을 건설하고 무장봉기로 혁명을 이룬 뒤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결성됐다.

이들 조직은 91년 4월 박노해 시인이 검거되고 이듬해 백태웅 당시 중앙상임위원장 등 40여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구속되면서 와해됐다. 박노해 시인은 91년 9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12월 2심에 이어 92년 4월 대법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백태웅 교수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15년형으로 감형됐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발표에 따르면 사노맹은 전국의 노조 50여개와 대학 40여곳에서 조직원 1230여명을 뒀으며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인원은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백태웅 교수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로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던 93년 사노맹의 산하 기구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 설립에 참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후 조 후보자는 93년 6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93년 11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조 후보자는 징역 2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94년 6월 열린 2심 재판에서는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줄어들었다. 사과원 설립은 사노맹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을 뿐 국가 변란을 일으킬 목적이 없는 만큼 ‘이적단체’로 분류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에 변란을 일으킬 직접적이고 1차적인 목적이 있을 경우 반국가단체로, 반국가단체 활동에 동조할 것을 목적으로 삼을 경우 이적단체로 분류한다.

이후 95년 5월 대법원은 조 후보자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조 후보자에게 “반국가단체인 사노맹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사과원에 가입하고 사노맹이 건설하고자 하는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성격과 임무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촉구하는 내용이 수록된 ‘우리사상’ 제2호를 제작·판매했다”고 밝혔다. 또 “사과원은 단순한 사회주의 이론에 관한 학술 및 연구단체가 아니라 반제 반독점 민중민주주의혁명을 통한 노동자 계급 주도의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정치적 단체”라고 명시했다.

그렇게 조 후보자는 6개월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이후 백태웅 교수와 박노해 시인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98년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 99년 3월 1일에는 사노맹 관련자들이 모두 특별사면 및 복권 조치를 받았다. 2008년에는 국무총리 산하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보상심의위원회’가 백태웅 교수와 박노해 시인을 민주화 운동 인사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 외에 사노맹에 관여한 은수미 현 성남시장은 92년 구속된 이후 6년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연합뉴스

폭로된 고문·조작…“사노맹 관련자들은 양심수”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당시 세계인권감시기구인 국제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조 후보자를 양심수로 분류하기도 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94년 7월 ‘94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거나 가혹 행위를 받은 정치범 및 양심수’로 사노맹 관련자들을 포함시켰다.

당시 ‘94년 연례보고서’에는 “기존의 양심수를 포함하여 250여명의 정치적 수인들이 구금되어 있다. 대부분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기소되었으며 일부는 불공정한 것으로 보이는 재판을 받은 후 구금되었다”며 “사노맹은 정부 당국에 의해 ‘반국가 조직’으로 간주됐으며 이 단체를 지지하거나 가입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3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들 중 일부는 사노맹과 관련이 없으며 양심수다”라고 적혀있다.

또 당시 보고서에는 “6월에 국가보안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조국 교수를 포함한 9명의 양심수인은 사회주의과학원에 소속됐다는 혐의와 소위 사노맹과 연관됐다는 혐의로 체포됐다”며 “국제 앰네스티는 양심수를 석방하고 고문과 가혹 행위를 중단하고 공정한 조사를 할 것을 촉구한다. 또 한국정부에 정치적 수인을 구금하는데 이용하는 국가보안법과 다른 법률을 개정할 것과 장기수의 사례에 대해 재조사할 것을 촉구한다”는 글도 명시돼 있다.

실제 국제 앰네스티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사노맹 사건의 재판과정에서는 공안당국의 고문·조작 사실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안기부 등에 연행됐던 인물들은 며칠 동안 잠도 자지 못 한 채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또 고문에 못 이겨 사노맹에 가입했다고 허위로 진술한 사람도 있었다.

백태웅 교수도 당시 공판에서 진행된 취조 과정에서 고문이 행해져 3번이나 실신했다고 폭로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소장과 대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으며 결핵이 후두로 번져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던 걸로 전해진다.

사진=권현구 기자

“국가 전복 꿈꾼 사람” vs “80년대식 용공 조작”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조 후보자의 이력이 언급되면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의 사노맹 사건 연루를 언급하며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사노맹은 무장공비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목표로 폭발물을 만들고 무기 탈취 계획을 세우고 자살용 독극물 캡슐까지 만들었던 반국가 조직”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개각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당이 구시대적 색깔론을 제기하며 막무가내식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2012년 총선에서 사노맹 중앙위원장을 역임했던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를 영입하려고 했던 한국당이 이제 와서 조 후보자의 사노맹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은 자가당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한국당이 벌써 정상적인 검증 대신 몰이성적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다”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공안 조서를 작성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용공 조작이 통하는 80년대가 아니다. 국가공권력 피해자를 빨갱이로 낙인찍고 공격하는 시대착오적 구태정치를 퇴출해야 한다”며 “사노맹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공안 당국의 혹독한 고문과 조작 사실이 폭로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조 후보자는 “할 말이 많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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