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사고 구조대원들 “모기와의 전쟁, 생명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국민일보

헝가리 유람선 사고 구조대원들 “모기와의 전쟁, 생명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합동인터뷰에서 열악했던 수색환경 소개…일부는 외상후 스트레스 호소

입력 2019-08-14 12:00
“다뉴브강 수변가장자리 수풀지역이라 모기떼가 극성이었다. 온몸에 모기퇴치제를 뿌리면서 그야말로 모기와의 전쟁이었다.”

지난 5월 29일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당시 국제구조대원으로 파견됐던 2진 구조대장 김승룡 소방정은 13일 세종시에서 가진 기자단과의 합동인터뷰에서 당시 열악했던 수색환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 소방정은 “길이 없이 수풀만으로 된 곳은 그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서 마치 원시 정글을 헤치고 나가는 것처럼 도끼기능이 있는 자루 칼을 들고 다녀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장에 도착해서부터 34일차까지 쉬는 날은 없었다”면서 “총 수색구간을 계산해 보니 224㎞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박성인 소방장은 “잠수를 해서 선체파손 정도를 확인하고 주변을 수색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당시 수심은 8m 정도였으나 유속이 심해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부터 힘들었다. 물이 탁해서 수중랜턴을 비추고도 시야가 50㎝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박 소방장은 “잠수임무 중엔 파손된 선체와 강바닥에 있는 예전에 수몰된 교각 잔해 등이 공기를 공급해주는 생명줄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만약 생명줄이 절단되거나 파손되면 위험상황이 될 수 있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구조대원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 구조대원은 “두달동안 임무수행을 했는데 머릿속에 실종자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오는데 차단할 수 없었다”며 “시각적 트라우마, 후각이 주는 트라우마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대원은 “임무수행 후에 4박 5일씩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했는데 도움이 되었다”면서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다년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구조활동을 계기로 제도적 개선과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승룡 소방정은 “소방청에서도 전반적인 분석을 통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출동대원 입장에서 보면 필수 공통장비 외에 사고유형별로 특수장비를 사전에 세팅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해서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제출동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 전문성 확보를 소방청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소방정은 “119 국제구조대는 주로 항공기 사고나 지진 등과 같은 재난현장에 많이 출동했고 구조대상이 현지 주민들이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국민들이 당한 사고였고 수난사고여서 유례가 없던 출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헝가리 현지 주민들은 이역만리에서 국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구조대가 온 것에 대해 상당히 놀라워했고 한국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대원들은 마지막으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한 분과 유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도 헝가리 당국에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꼭 수습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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