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에 잡힌 중국 기자 ‘영웅 만들기’…“중국인 기개 보여줬다”

국민일보

홍콩 시위대에 잡힌 중국 기자 ‘영웅 만들기’…“중국인 기개 보여줬다”

입력 2019-08-14 13:15
홍콩 시위대에 붙잡힌 중국 환구시보 푸궈하오 기자. 환구시보 캡처

홍콩국제공항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에 붙잡혀 손이 묶인 채 잠시 억류됐던 중국 환구시보 기자에 대해 중국 매체들이 영웅으로 포장하고 나섰다. 그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외쳐 중국인의 기개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는 홍콩 시위에 무력진압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4일 “맞다. 그 사람은 우리 기자이자 영웅”이라는 등의 제목을 달아 시위대에 붙들렸다 풀려난 푸궈하오 기자의 행동을 치켜세우는 기사를 인터넷에 잇따라 게재했다.

웨이보 등에 확산된 동영상을 보면 환구시보 홍콩 특파원인 푸궈하오는 시위대가 자신을 붙잡아 손을 머리 뒤로 올려 묶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때려라”라고 외쳤다. 시위대 한켠에서는 “때리면 안된다”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그가 손이 묶인 채 공항 카트에 놓인 플라스틱 상자 안에 앉아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공항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는 중국 신분증을 쥐고 있었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그의 머리에 시위대에게 맞은 듯 상처가 보이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푸궈하오는 구타를 당할 상황에서도 중화인민공화국 신분증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인터넷에 그의 현장 사진을 싣고 “우리는 감금당한 상황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은 푸궈하오를 기억해야 한다”며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그의 말은 14억 중국인의 마음의 소리를 대변한 것이며, 중국인으로 당연히 갖춰야할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극찬했다. 중국 매체들도 푸궈하오가 “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때려라”라고 말하는 부분을 편집해 보도하며 그를 영웅으로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이날 웨이보를 통해 “환구시보 기자가 홍콩 공항에서 폭도들에게 불법적인 억류를 당하고, 반인권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폭도들은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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