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80세 조각가, 첫 ‘위안부’ 작품… “나의 봄을 돌려달라”

국민일보

日 80세 조각가, 첫 ‘위안부’ 작품… “나의 봄을 돌려달라”

입력 2019-08-14 13:21 수정 2019-08-14 15:05
조각가 가네시로 미노루(80)씨가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의 작업실에서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는 '위안부'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사진=오키나와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일본의 80세 노(老) 조각가가 생애 첫 ‘위안부 조각’을 제작하기로 했다. 최근 일본 공공미술전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우익세력의 협박과 항의,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 등으로 전시 중단 사태를 맞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는 “표현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당한 ‘압력’에 항의한다”며 소녀상은 전쟁에서 인권을 빼앗긴 소녀들을 기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작품이라고 옹호했다.

일본 오키나와 지역언론인 오키나와타임스는 13일 조각가 가네시로 미노루(80)씨가 지난 8일부터 자신의 첫 ‘위안부’ 조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네시로는 소녀상 전시 중단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배제하는 것은 전시(戰時) 하의 예술 탄압을 상기시킨다”며 “예술가가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오키나와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가네시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직접 연이 닿진 않았지만,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한국의 김서경·김운성 부부와 교류하면서 ‘위안부’ 심포지엄 등에 참석하며 관련 지식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위안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주제 넘는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회 중단 사태로 인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네시로가 제작 중인 ‘위안부’ 조각은 소녀상이 아닌 현재 90대인 피해자들의 모습이다. 그는 “당시 20세 전후였던 소녀들이 차별의 역사를 계속 살아냈다”며 구상의 이유를 밝혔다. 작업 사흘째인 10일 절반쯤 마무리된 조각상은 눈이 감겨 있었고 입은 벌린 채였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나의 봄을 돌려줘”라는 외침을 표현했다고 한다. ‘위안부’ 조각이 완성된 뒤의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절한 곳에 도착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소녀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한 역사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조각가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며 “전쟁을 다시 일으켜서는 안 된다. 비참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숭고한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네시로는 오키나와전투 당시 한반도에서 강제동원된 군부(군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인부)들을 추도하는 한(恨)의 비석이나 ‘세대를 잇는 평화상’ 등을 제작해왔다. 그는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위령탑과 기념비를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과 함께 풍화돼 가는 전쟁(의 참상)을 후세에 전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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