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병 목숨값… 대일청구권 자금 이제라도 돌려달라”

국민일보

“강제징병 목숨값… 대일청구권 자금 이제라도 돌려달라”

입력 2019-08-14 14:57
일제 강제징병 피해자 유족의 대리인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대일청구권 자금 보상에 대한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을 위한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병 피해자의 유족들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대일청구권자금을 이제라도 돌려달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유족들은 국가가 이 자금을 피해자 측에 지급하지 않고 경제협력자금으로 사용한 것을 ‘목숨값 횡령’이라고 비판했다.

일제 강제징병 피해자 유족 83명은 14일 “한국 정부가 수령한 대일청구권자금의 반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와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안이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에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냈다. 입법부작위란 국회가 법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음에도 행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유족들은 “일본의 반인륜적인 범행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권원(행위를 정당화하는 법률적 근거)을 가진 대일청구권자금까지도 대한민국에게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이 빼앗겼다고 말하는 대일청구권자금은 한국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에서 받은 5억 달러(차관 2억 달러 포함)를 말한다. 당시 협정 합의의사록의 8개 피해보상 목록에는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 보상’이 적시돼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강제징병 군인·군무원에게 지급하지 않고 1966년 2월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경제협력자금으로 사용했다.

유족들은 “이는 국가가 강제 징병된 군인·군무원의 목숨값을 횡령한 것”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목숨값을 경제발전 용도로 사용해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고 현재 경제대국의 초석을 마련했으면서도 현재까지도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행방불명된 강제징병 피해자 유족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고 부상으로 장해를 얻은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20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금액을 정해 지급하도록 한다. 유족들은 “위로금과 별개로 동의 없이 사용한 대일청구권자금을 이제라도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행법에 규정된 위로금 2000만원은 그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특별생활지원금 형식으로 위로금 액수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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