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프락치 폭행, 권총 위협, ‘색깔 혁명’ 비난…위기의 홍콩

국민일보

기자·프락치 폭행, 권총 위협, ‘색깔 혁명’ 비난…위기의 홍콩

中, 무력개입 자제 촉구하는 미국에 “자기 일이나 잘하라”

입력 2019-08-14 15:01 수정 2019-08-14 17:32
경찰에 연행되는 홍콩 시위대.

홍콩 시위대의 점거로 인해 홍콩 국제공항 폐쇄 사태가 연이틀 빚어지면서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고, 중국 기자와 프락치로 지목된 시민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등 돌발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 “폭동을 부추기지 말라”고 경고하고, 홍콩 시위를 ‘색깔 혁명’으로 규정하며 홍콩에 무력 개입을 위한 명분쌓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홍콩 국제공항은 시위대의 이틀째 밤샘 점거시위가 마무리되자 14일 수백 편의 항공기 이착륙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는 등 다시 정상운영을 시작했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자사의 푸궈하오 기자가 시위대에 붙잡혀 폭행당했다며 시위대를 집중 비난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시위대가 홍콩 공항에서 집회 도중 관광객 1명과 기자를 폭행해 상처를 입혔다”며 “시위대는 이들을 구하려는 경찰의 진입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시위대에 붙잡힌 환구시보 푸궈하오 기자는 두 손을 결박당한 채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당했다”고 강조했다.

푸궈하오는 시위대에 붙잡혀 손이 묶이는 상황에서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때려라”라고 말했다. 중국 본토 매체들은 푸궈하오의 말을 집중 부각하며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시위대는 또 중국 남성을 중국 당국의 프락치로 여겨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사진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는 이 남성은 ‘나는 공안입니다. 나는 시위대를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라고 시위대가 쓴 팻말을 목에 걸고 있었다.

경찰이 후추 스프레이를 분사하며 공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마찰을 빚자 한 경관이 권총을 꺼내 들고 시위대를 위협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꺼내든 것은 맞지만 발포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콩 시위대에 붙잡힌 중국 환구시보 기자. 환구시보 캡처

홍콩 공항 폐쇄가 이어지면서 항공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점거 시위에 따른 운항 차질로 홍콩 항공업계가 입은 손실이 이틀간 7648만 달러(92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공항 업무 중단 첫날인 12일 180편 가량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13일에는 400편 이상이 취소됐다”며 “홍콩 국제공항이 하루 800편 가량을 소화하는 국제 허브공항으로서 명성을 해친 것은 더욱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깜짝 회동해 주목된다.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중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에 중국 외교라인의 책임자인 양제츠 정치국원이 미국 방문을 했다는 점에서 최대 현안인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가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 사태와 관련, 중국은 미국의 개입 중단 및 중국의 법 집행 정당성을 강조한 반면, 미국은 자유주의를 열망하는 홍콩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중국 병력의 홍콩 접경지역 이동 사실을 거론하며 “모든 이들은 진정하고 안전하게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집회·표현의 자유는 홍콩 시민들과 우리가 공유해온 핵심 가치로 이런 자유는 보호돼야 한다”며 중국에 무력개입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홍콩 사태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기자문답을 통해 “미국은 홍콩 사태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일부 미국 의원들의 발언은 유력한 증거를 제공한다”며 “그들은 사실을 무시하고 흑백을 전도하며 폭력 범죄를 인권과 자유를 위한 싸움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 의원이 도대체 입법자인지 법 왜곡자인지 묻고 싶다며 “당신들은 홍콩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와 자격이 없다. 자기 일이나 잘하라”라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 12일 트위터에서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 무력 사용을 강화하고, 시위대를 폭력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홍콩 폭동은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시도로 전형적인 색깔 혁명”이라며 “홍콩 색깔 혁명은 홍콩 정부와 경찰을 마비시켜 홍콩의 국제금융센터 위상을 훼손함으로써 홍콩을 서구에 돌려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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