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차에 깔린 채 쓰러진 할머니, 마냥 기다릴 순 없었습니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차에 깔린 채 쓰러진 할머니, 마냥 기다릴 순 없었습니다”

입력 2019-08-14 16:52
이하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찌는 듯한 폭염과 함께 쨍쨍한 햇빛이 눈 앞을 가립니다. 높아지는 불쾌지수에 잠시라도 더위를 피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여러분에게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달려오는 승용차와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부딪혀버린 겁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마주한 여러분의 다음 행동은 어땠을까요?

잠깐 고민하는 동안, 이 일을 직접 겪었던 윤석화(42)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사고는 14일 오전 9시20분쯤 발생했습니다.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이면도로에서 한 남성이 몰던 쏘나타 승용차가 갑자기 멈춰섰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할머니를 쳐버린 겁니다.

윤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나오던 길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윤씨와 직장 동료 3명은 부리나케 달려가 할머니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할머니는 하반신이 차량에 깔린 채 쓰러져있었습니다. 꼼짝할 수 없는 상태였지요. 상황을 파악한 윤씨 일행은 사고 차량을 맨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윤씨는 “빨리 차를 들어 할머니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그때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현장에는 몇 명의 시민들이 더 몰려들었습니다. 윤씨 일행이 힘껏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동안 한 시민은 할머니의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할머니를 차량 아래에서 끌어냈습니다.

할머니가 고통을 호소하자 헐레벌떡 달려가 물을 가져오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지나는 동안 또 다른 시민은 119에 전화를 걸어 긴급 구조 요청을 했지요.

윤씨 일행과 시민들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할머니는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승용차와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 사이에 깔린 할머니를 시민들이 재빨리 구조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상상조차하기 싫지만 할머니는 더 큰 부상을 입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지 않아 정말 다행이지요.

윤씨는 “할머니의 연세가 많고 날씨가 더워 구급차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더라도 할머니를 구조하는데 나섰을 것이라고요. 그러면서 할머니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눈앞에 벌어진 교통사고,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 윤씨의 말처럼 누구라도 할머니를 구조하려는 마음을 가졌겠지만, 망설이지 않고 용기를 냈다는 게 특별한 것이겠지요. 우리가 이날 할머니를 도왔던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고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할머니의 쾌유를 빕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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