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관세폭탄 연기… “역풍 시인” vs “일시적 조치”

국민일보

美, 중국 관세폭탄 연기… “역풍 시인” vs “일시적 조치”

입력 2019-08-14 17:27
사진=로이터연합

미국이 다음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부과키로 했던 ‘관세폭탄’을 일부 연기하거나 제외했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세계 경제가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를 계기로 양국이 화해국면으로 들어설지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 1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서도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부과는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또 “특정 품목은 보건·안전·국가안보 등 다른 요소들에 기초해 10%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예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자 계속해서 대(對) 중국 관세를 올려왔다. 지난해 6월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했고, 그해 9월 중국산 2000억 달러에 관세 10%를 부과했다.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는 올해 5월 25%로 인상됐다. 오는 9월부터는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관세 10%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한 품목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휴대전화와 노트북, 비디오게임 콘솔, 컴퓨터 모니터, 의류, 신발, 장난감 등이 예시로 언급됐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품목의 중국산 제품 수입량은 2018년 기준 1560억달러에 달한다고 로이터통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추가 관세 대상으로 지정한 품목의 교역규모 3000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USTR의 발표는 미·중 고위급 협상단의 접촉 사실이 알려진 뒤 나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류허 부총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이 제자리걸음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9월에 회담을 계속할지 지켜보겠다”며 중국과의 회담 취소를 거론하며 압박한 가운데 양국이 다시 협상에 나선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들(중국)이 뭔가 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세부과 연기·제외 조치가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연기·제외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이번 조치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가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관세 역풍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로 인한 타격은 중국이 모두 떠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미국 소비자가 받을 타격을 시인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로 봤다. 실제 USTR도 이번 조치가 “공공 의견을 청취한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 600여곳이 조직한 기업 연합체는 지난 6월 대(對) 중국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무역전쟁을 끝내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미국 경제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11월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등 특수 기간에 관세폭탄이 매겨질 경우 경기 침체 우려도 있다.

내년 대선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CNBC에 “불황기에는 누구도 대선에 출마하려 하지 않는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 기업들에 적응 시간을 준 것이라기보단 미·중 무역거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USTR의 발표 직후 트위터에 “중국은 위대한 미국 농부들로부터 ‘크게(big)’ 사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말한 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썼다. 중국에 미국 농산물 구매를 압박한 것인데, 자신의 대표적인 지지 기반인 ‘팜벨트(Farm Belt·농업지대)’를 향한 발언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국내 사정에 따른 일시적 조치일 뿐, 무역협상의 전반적인 틀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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