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아이들 우는데…안 구할 사람 있겠나”(인터뷰)

국민일보

“살려주세요, 아이들 우는데…안 구할 사람 있겠나”(인터뷰)

화재 현장서 3명 구한 강지호 하사 “큰일 아닌데 쑥스러워”

입력 2019-08-15 00:05 수정 2019-08-15 09:01
공군 제1전투비행단 항공기정비대대 강지호(25) 하사 인터뷰

외출을 나온 한 공군 부사관이 지난 11일 전남 담양에서 아버지를 도와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집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이들의 외침에 공군 부사관과 그의 아버지는 불길에 휩싸인 주택으로 달려갔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대문을 부쉈습니다. 이들은 눈앞을 아득하게 하는 검은 연기의 공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아이들과 할아버지를 구했습니다. 세 생명을 구한 주인공은 공군 제1전투비행단 항공기정비대대 강지호(25) 하사였습니다.

국민일보는 14일 위급한 상황에서 용기 있는 행동으로 생명을 구하고 이웃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강 하사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화재를 목격하고 구조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사무실에서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들 목소리였습니다. 급하게 밖으로 나와보니 앞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구조요청이 반복됐기 때문에 주저할 게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바로 힘으로 대문을 부쉈습니다.”

- 대문을 부순 뒤 목격한 내부 상황은 어땠는지

“마당에 들어가보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엄청 많이 나고 있었습니다. 집 앞마당에는 두 아이와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서 있었습니다. 불이 난 집(건물)에서 간신히 탈출해 마당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대문을 열 수도 없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구조요청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충격을 받았는지 대문을 열지 못하고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아이들 두 명을 먼저 밖으로 내보냈고,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갔습니다. 할아버지까지 구출하고 1분쯤 지났을까요. 불길이 집 밖으로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유리창이 깨지고 집 내부에서 무언가 터지는 굉음이 들렸습니다. 저희가 사무실에 없었거나 조금만 늦게 대문을 부쉈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 같습니다.”

- 불길이 두려웠을 것 같은데

“‘살려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외침과 울음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아이들이 대문을 계속 두드리고만 있었습니다. 구조부터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안 구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 구조 뒤 나눈 얘기는

“우선 신고부터 했습니다. 대화를 제대로 나눌 정신은 없었습니다. 저는 구급차가 올 때까지 아이들을 “괜찮다”며 계속 다독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앉힌 다음 안정을 찾게끔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급차가 와서 상황을 대강 설명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 부모님께서 저희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저와 아버지께 고마움을 전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 전남 담양경찰서에서 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는데

“쑥스럽습니다.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려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외침을 들었다면 누구나 저처럼 구조현장에 뛰어들었을 것입니다. 경찰에서 표창도 받고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자만하지 않고 군인답게 영공방위를 책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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