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재, 한 달이면 굳어서 못 써”…日 석탄재 확보 막힌 업계, 대책 촉구

국민일보

“석탄재, 한 달이면 굳어서 못 써”…日 석탄재 확보 막힌 업계, 대책 촉구

입력 2019-08-15 08:00 수정 2019-08-15 08:00
사진=한국시멘트협회 발간물 캡처

정부가 일본산 석탄재의 통관 절차를 강화하자 시멘트업계가 “사실상 수입 중단이나 다름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규제 강화 명분은 중금속·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는 것이지만 무역 문제의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 조치로 도리어 국내 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시멘트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강화된 심사 절차가 적용되면 대략 한 달 간 석탄재를 쌓아둔 채 대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석탄재는 방치된 시간이 길어지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원료로서 가치가 사라져버린다.

발전사는 석탄재가 폐기물이지만 시멘트 공장에선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전 세계 시멘트 업체가 석탄재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석탄재 재활용을 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에선 시멘트와 물, 자갈, 모래 등을 혼합하는 레미콘에도 석탄재가 들어가 전반적으로 수요량이 많다.

업계에선 까다로워진 통관 절차로 인해 수입량이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산 수량이 줄어들 만큼 국내산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공급량이 그만큼 될지 미지수다.

업계의 우려를 인식한 정부는 이른 시일 내 국내 발전사에서 나온 석탄재로 일본산 수입 물량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멘트업계·발전사와 이달 중 협의체를 만들어 적절한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석탄재 오염 우려를 이번 제재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승헌 군산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한국, 일본 모두 연탄을 스스로 생산하기보다 호주,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 석탄을 쓰기 때문에 석탄재의 안전성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산이 아예 대체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본산 석탄재를 많이 쓰는 건 가격이 좀 더 싸기 때문”이라며 “좀 더 비용이 들 뿐이지 석탄재 수급은 국산을 포함해 다른 국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산 석탄재 재활용이 활성화되려면 매립부담금을 늘리거나 처리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화력발전소는 시멘트 업체에 석탄재를 보내면 t당 약 3만원의 처리비용을 내야 한다. 반면 자가 매립지를 갖고 있는 발전소가 재활용을 안 하고 매립을 하면 t당 1만원의 환경부담금을 내면 된다. 업계에 넘기는 것보다 그냥 버리는 게 더 저렴한 셈이다.

시멘트를 자재로 사용하는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시멘트 수요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고, 석탄재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부의 규제 조치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환경 측면에서도 석탄재를 매립하기보다 재활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승헌 교수는 “석탄재 생산이 늘어날수록 매립보다 재활용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멘트업계 외에 대(對)일본 수출 상위 품목인 석유화학 업계도 우리 정부의 일본 맞대응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정부는 일본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규제를 강화한 내용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 발표했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탓에 대규모 정유·석유화학 설비를 지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 제품의 일정 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도 우호적인 관계였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 조치로 일본 석유화학업계가 받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에 수출하는 제품은 대체가 가능해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