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다른 판결서 인정된 사실도 별도 심리 거쳐야 증거 인정”

국민일보

대법 “다른 판결서 인정된 사실도 별도 심리 거쳐야 증거 인정”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판결문 전제 판단, 변론주의 위반”

입력 2019-08-15 11:43

확정된 판결문에서 인정된 사실 관계라고 해도 다른 사건 재판에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인정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김모씨가 선박 건조회사인 A사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다수의 선박 건조회사를 운영하는 B씨가 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는데도 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B씨가 대표로 있는 A사를 상대로 1억1000만원을 대신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사도 사실상 B씨의 소유이므로 채무를 대신 갚을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1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사가 B씨의 채무를 대신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다른 사건 판결을 근거로 A사가 B씨의 채무를 갚아야 한다며 반대 결론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A사가 당사자가 된 다른 사건 판결문에서 등장한 ‘B씨가 A사를 설립한 뒤 조카를 통해 A사를 운영하기로 했다’는 사실 관계를 ‘현저한 사실’(증거가 불필요한 명확한 사실)로 판단하고, A사가 B씨의 채무를 김씨에게 갚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김씨가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판결문에서 인정된 사실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 위반”이라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이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판결문의 인정사실은 1심과 원심에서 판결문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도 이에 대해 주장한 적 없다”며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까지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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