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할머니 “13살에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밤 안오길 바랐다”

국민일보

필리핀 할머니 “13살에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밤 안오길 바랐다”

입력 2019-08-15 13:42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들의 항의시위 모습. / 출처:연합뉴스

교도통신 등 외신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 대통령궁 주변에서 열린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일제 강점기 당시의 고통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15일 보도했다.

나르시사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지난 14일 열린 행사에서 “밤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밤이 되면 우리는 일본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90세가량인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13∼14세 때 자매 등 다른 여성과 함께 필리핀 북부 아브라주(州)에 있는 일본군 주둔지에 끌려갔다. 그곳에서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우리가 거부하면 그들은 말을 때릴 때 쓰는 도구로 우리를 때렸다. 또 우리의 몸을 담뱃불로 지졌다”며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그런 일을 절대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위안부 피해자 에스텔리타 디(89) 할머니는 “우리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모두 죽어가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우리를 돕겠다고 생각한다면 일본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단체 ‘필리핀 여성연맹’ 샤론 실바 대표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지 벌써 74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잔혹 행위에 대한 속죄를 거부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모든 노력을 잠재움으로써 세상의 기억을 지우려는 파렴치한 행위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필리핀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 및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일본의 항의를 받고 철거됐거나 건립이 무산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수천 명의 필리핀 현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00여 명이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으며 현재는 몇십명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와 인권 운동가 등 30명가량이 참가했다. 이들은 일본의 진솔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황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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