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 “깊은 반성”… 아베,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국민일보

나루히토 일왕 “깊은 반성”… 아베,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아베는 일본의 가해 책임 일절 언급 없어… 국회의원 수십여명은 집단 참배

입력 2019-08-15 13:46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연설하기 위해 나루히토 일왕 부부를 지나쳐가고 있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이 "깊은 반성"을 표현한 반면 아베 총리는 일본의 전쟁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지난 5월 즉위 후 처음 맞은 종전일일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베 신조 총리는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7년 연속으로 공물을 보냈으며, ‘포스트 아베’로 각광받는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의원 등 국회의원 수십여명은 직접 참배에 나섰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닛폰부도칸에서 열린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4주년 기념행사인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종전 이후 74년간 여러 사람의 부단한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구축됐지만 많은 고난에 빠졌던 국민의 행보를 생각할 때 정말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深い反省)을 한다”면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은 전후 세대인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후 처음 참석한 만큼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을 모았다. 나루히토 일왕이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 4월 퇴위한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견해를 계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2015년 추도식 때부터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해 왔다. 당시 아베 총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어서 일본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날 추도식에서 일본의 가해 책임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전 대전(2차대전)에서 300만여명의 동포가 목숨을 잃었다”면서 “무참히 희생든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 여러분의 존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서 “다시 한번 충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덧붙였다.

초당파 일본 의원 모임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이 15일 야스쿠니신사에 직접 참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추모한 300만여명은 군인·군무원 등 220만여명과 미군의 공습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등으로 숨진 민간인 등 약 80만여명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일본의 주변국 침략과 한반도 식민지 지배와 같은 가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이후 일본 총리들은 전몰자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과 “애도의 뜻”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한 번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또 이날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7년 연속으로 공물을 보냈다. ‘포스트 아베’로 각광받는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의원 등 국회의원 수십여명은 직접 참배에 나섰다.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이 아베 총리를 대신해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라는 공물을 바쳤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비판을 받은 뒤에는 직접 이 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종전일과 봄과 가을의 춘·추계 예대제에 공물을 보내고 있다.

올해 창건 150주년을 맞은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군국주의 상징인 셈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실제로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합사자 명부와 위패가 있다.

아베 총리가 공물을 바친 뒤 초당파 일본 의원 모임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오쓰지 히데히사 전 참의원 부의장)은 야스쿠니신사에 직접 참배했다. 아베 내각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017년부터 중단됐으나, 이 국회의원 모임은 꾸준히 참배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의원 모임 집단 참배에 앞서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고이즈미 중의원 의원도 참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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