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인 콜렉티브’ 이정민·진시우 부부가 숨지기 전 쓴 편지

국민일보

‘옥인 콜렉티브’ 이정민·진시우 부부가 숨지기 전 쓴 편지

입력 2019-08-19 05:04 수정 2019-08-19 09:54
유튜브 영상 캡처

미술 작가 그룹 ‘옥인 콜렉티브’의 이정민(48)‧진시우(44) 부부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은 숨지기 전 옥인콜렉티브 활동으로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긴 편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미술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정민‧진시우 작가가 숨졌다. 옥인콜렉티브는 2009년 서울 종로구 옥인시범아파트 철거를 계기로 형성된 작가그룹이다. 1971년 인왕산 자락에 들어선 옥인아파트에 살던 김화용 작가의 집을 방문한 여러 작가가 버려진 공간과 남은 주민의 삶을 엮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듬해 4월 김 작가와 이정민‧진시우 작가가 주축이 돼 옥인콜렉티브가 출범했다. 이들은 도시재개발, 부당해고, 위험사회 등의 문제를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풀어냈으며 인터넷 라디오 방송, 공연, 오프닝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지난해 1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내부적인 문제로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미술계 안팎에선 옥인콜렉티브가 제작하는 작품은 특성상 판매 수익이 크지 않아 평소 생활고를 겪어 왔던 두 사람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정민 진시우 작가는 숨지기 전 함께 활동한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담은 예약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인연을 맺은 박재용 큐레이터가 이 이메일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공개된 메일에 따르면 두 작가는 “심신이 많이 지쳐 있지만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기 위해 힘을 낸다”며 “2018년도 12월부터 불거진 옥인 내부 문제를 전해 들은 분들에게 의도치 않은 고통을 나눠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두 작가는 이어 “옥인의 전체 운영을 맡아온 저희(이정민‧진시우) 방식이 큰 죄가 된다면 이렇게나마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더 이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저의 잘못이고 온 힘을 다해 작업을 해왔던 진심을 소명하기에 지금은 허망함뿐”이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바보 같겠지만 ‘작가는 작업을 만드는 사람’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고 한 두 작가는 “10년 가까이 옥인 활동으로 함께했던 모든 예술 관계자 여러분들께서 주신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에 늦은 감사의 말씀을 남긴다”고 했다. 두 사람의 빈소는 따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발인은 20일 낮 12시, 장지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추모공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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