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뽑으려 교장이 면접위원하고, 학교 간 주고받기식 채용하고

국민일보

손녀 뽑으려 교장이 면접위원하고, 학교 간 주고받기식 채용하고

서울 지역 사학비리 3년간 29건 적발

입력 2019-08-19 17:54 수정 2019-08-19 17:56

최근 3년간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지역 초·중·고교(유치원 포함)에서 교원 채용 비리가 29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대다수는 사학 내부 제보를 통해 적발된 것으로, 교육 당국은 실제 채용 비리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따르면 교육청은 2017년 7건, 2018년 17건, 올해 5건의 사학 교원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26건은 사학 내부 관계자의 제보, 나머지 3건은 시교육청 특정감사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과거 채용 비리가 있었거나 의심되는 사학 법인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채용 비리는 주로 가족이나 친인척 등 지인을 뽑으려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서울의 A고교 교장은 2017년 12월 조카가 지원한 교원 채용시험에 면접위원으로 들어갔다. 교육청의 사립학교 교원 인사 실무 편람에 ‘지원자와 특수관계인 자는 공개전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지침이 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B고교 교장 역시 지난해 12월 기간제교사로 일하던 딸을 정교사로 채용하기 위해 평소 자신을 잘 따르던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발했다. 두 학교 모두 교내 교원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치지 않고 채용 과정을 교장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 간 주고받기식 채용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됐다. 2018년 1월 C중학교 교장의 손녀가 D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되고, 곧이어 D초등학교 교장의 딸이 C중학교 교사로 임용된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밖에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려고 학교장이 임의로 시험문제의 배점을 바꾸거나 점수를 환산한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의 교원 신규 채용은 공개 전형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시험은 학교장 결정에 좌우된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학은 명확한 채용 절차가 없거나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며 “채용에 문제가 있다는 정황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밖으로 드러난 채용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법상 사학에서 채용 비리가 벌어져도 교육 당국이 이를 직접 처벌할 수는 없다. 징계는 해당 법인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교육청은 징계 수위를 사학 법인 쪽에 권고하지만 법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고질적으로 벌어지는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위탁채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교육청이 사학 교원 1차 임용시험(필기)을 위탁 실시해 3~7배수 인원을 추리는 것인데, 이를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사학은 많지 않다. 올해 이 제도를 이용한 사학 법인은 140곳 중 17곳에 불과했다. 교육청은 위탁채용 신청 학교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셈이다.

사학들은 위탁채용이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사학 법인 관계자는 “각 사학이 설립 취지에 맞는 교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인사권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채용 비리로 적발된 학교는 소수이고, 대다수 학교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 유능한 교사를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사학의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선 비리 학교 엄벌, 선발공영제 확대, 사학법 개정을 통한 세부 임용지침 마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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