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쓰레기와 함께 살았습니다” 저장강박증 환자 집에 가다

국민일보

[영상] “쓰레기와 함께 살았습니다” 저장강박증 환자 집에 가다

노원구 쓰레기집 2년 만에 청소하던 날

입력 2019-08-20 00:10
17평 남짓한 서씨의 집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악취와 벌레 탓에 오래 서 있기도 어려웠다. 사진=최민석 기자

악취에 숨이 턱턱 막혔다. 마스크를 부랴부랴 꼈다. 벌레는 어쩔 도리가 없다. 살충제가 무색하게도 집에 들어간 지 10초 만에 바지 안쪽에서 바퀴벌레가 툭 떨어졌다. 이웃들은 “제발 사람답게 살자”고 수시로 고성을 질러댔다. 서울 도심 속, 쓰레기가 들어찬 17평 남짓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장강박증을 둘러싼 갈등과 이를 치유하려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씨의 집에 액세서리, 꽃을 포함해 버리지 않은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저장강박증 환자들은 가치판단 기능이 떨어진 상태기 때문에 반짝이고 화려한 것을 귀중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최민석 기자

쓰레기, 악취, 곰팡이, 그리고 바퀴벌레들

저장강박증 환자인 서모(53)씨와 그의 남편이 살고 있는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를 지난 6일 오전 7시30분경 찾았다. 노원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복지지원팀에서 서씨의 집 청소를 해주기로 한 날이었다. 노원구청은 2013년부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일환으로 위기가정 휴먼서비스 지원 주거환경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외부 도움을 거절한 채 집안에서 버티던 서씨는 설득 끝에 여행을 떠나 집으로부터 분리된 상태였다.

집 안은 통행이 불가능했다. 입구부터 쓰레기가 가득차있어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며 걸어야 했다. 먹다 만 과자, 텅 빈 형광색 돼지 저금통, 고장난 선풍기와 온갖 얼룩덜룩한 인형들 사이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바닥에 가득한 쓰레기 위로 또 다른 쓰레기들이 천장에 닿을 듯 쌓여있었다.

화장실에는 캐릭터가 그려진 아동용을 포함한 목걸이 수백개가 걸려있었다. 이걸 다 어디서 구했는지 놀라울 정도로 화장실 모든 공간에 목걸이가 들어차 있었다. 사진=박민지 기자

특히 수북이 쌓인 액세서리와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화장실에는 캐릭터가 그려진 아동용을 포함한 목걸이 수백개가 걸려있었다. 이걸 다 어디서 구했는지 놀라울 정도로 화장실 모든 공간에 목걸이가 들어차 있었다. 박종석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저장강박증 환자는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쓰레기를 모으는 경우가 많다”며 “가치판단 기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단순히 반짝이고 화려하면 그것을 귀중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쓰레기는 악취를 불러왔고, 그 안에 벌레가 기생했다. 천장에서 바퀴벌레가 비 오듯 쏟아졌다. 물건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그 사이에서 벌레가 나왔다. 날아들거나 떨어지느니, 차라리 기어다니는 편이 나았다. 그나마 피할 수 있으니까. 이곳에서 서씨 부부는 밥을 먹고 잠을 잤다. 거실 옷장 앞에는 서씨가, 주방 싱크대 쪽에는 남편이 웅크린 채 잠을 청한 흔적이 남았다. 이불과 베개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서씨의 집에 액세서리, 꽃을 포함해 버리지 않은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저장강박증 환자들은 가치판단 기능이 떨어진 상태기 때문에 반짝이고 화려한 것을 귀중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사진=박민지 기자

버리면 줍고 또 버리면 또 줍고… 외로움이 만든 병

서씨는 남편과 둘이 이곳에 살았다. 서씨는 지적장애인, 남편은 청각장애인이다. 부부는 3년 전까지는 어머니 박모(79)씨와 함께 살았다. 서씨에게 저장강박증상이 나타난 건 2년 전부터였다.

서씨에게는 중학생 시절부터 목걸이나 반지 같은 것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하지만 진열하듯 가지런히 늘어놓는 정도였다고 한다. 엄마와 떨어져 살게된 후부터 증상은 악화됐다. 누군가 내다버린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주워 오는 수준이 됐다.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온갖 쓰레기를 닥치는 대로 집어왔다. 증상 초기 만해도 어머니 박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박씨는 딸이 들여다 놓은 물건에서 악취가 나면 내다버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그 때만 해도 엄마는 딸의 행동이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딸은 항상 남들과는 조금 달랐으니까.

엄마는 딸의 증상을 설명하면서 “나와 떨어져 살게 된 후 사위도 집을 자주 비워 딸이 외로웠던 것 같다”며 “나도 집안이 이 지경이 됐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딸의 집을 찾았는데 1년 전부터는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서씨의 강박증상은 폭력성과 함께 찾아왔다. 엄마가 들어오려고 하면 폭언을 퍼부었고 물건을 버리려고 하면 더 거세게 반항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갔다. 박씨는 “하루는 ‘반찬만 주고 가겠다’고 사정했는데도 밖으로 나와 받아들고 쌩하니 들어가버렸다”고 속상해했다.

서씨의 집에 쓰레기가 가득 차 통행조차 어려웠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면 쓰레기 사이로 조심조심 발을 내딛어 중심을 잡으며 걸어야했다. 사진=최민석 기자

박씨는 “딸의 증상이 이웃과의 갈등 이후 더 심해졌다”며 “경찰이 다녀간 뒤로는 공포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1년 6개월 전 어느 날, 엄마는 사정이 있어 서씨의 집에 한동안 가지 못했다. 집 주변은 악취와 벌레로 들끓었다. 이웃들은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밤 중 서씨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상태를 확인한 경찰은 박씨를 불러 “딸 관리 잘하라”고 경고했다. 박씨는 아파트 관계자에게도 불려가 “이런 일이 반복될 시 이사를 가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한바탕 소동 후 서씨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엄마의 보살핌도 거부할 만큼.

주민센터 관계자는 “청소나 이사를 설득하기 위해 서씨를 찾아가 봤으나 폭력성을 보여 그냥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민원은 빗발치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난감했다”며 “서씨가 저항하는 통에 쓰레기를 치울 수도, 이사를 보낼 수도 없었다. 모친 박씨도 딸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어보였다. 서씨의 저장강박증으로 오랜 시간 골머리를 앓았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 설명을 들어보면 서씨 문제에 대한 첫 접근부터 어긋났던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저장강박증은 외로움의 병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가족과 떨어져 살아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며 “사회에서 멀어져 누군가와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는데서 모든 문제가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들이 보기에는 쓰레기지만 서씨에게는 보물이나 다름없다. 물건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에게는 소중한 것을 누군가 빼앗으려고 하니 굉장한 분노와 공격성이 표출되는 것”이라며 “저장강박은 자신의 소유물을 버리면 큰일이 벌어진다는 불안으로 인해 나타난다. 불안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차례의 경찰 방문 후 더 굳게 닫힌 문 안으로 쓰레기가 쌓여갔다. 서씨는 이웃이나 가족 모두를 거부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센터는 노원구청에 도움을 청했다. 서씨는 구청의 도움도 거절했다. 폭력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흉기를 들고 위협을 하기도 했다.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구청 측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한 차례 서씨를 만나 설득했지만 거세게 저항했다. 집안 물건을 버리는 행위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반발심도 상당했다”며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집을 치울 수는 없었다. 이웃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일단 시간을 조금 더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모는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노모는 딸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쓰레기집 문이 열리던 날… 아우성치는 이웃들

모두가 포기한 난제를 해결한 건 뜻밖에 올여름 폭염이었다. 지독한 더위는 이웃들만큼이나 서씨도 괴롭혔던 모양이었다. 온몸이 벌레에 물려 염증으로 고통을 받던 서씨는 구청의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게 지난달 22일이었다. 청소가 진행되는 동안 서씨 부부는 잠시 집을 떠나있기로 했다. 그렇게 쓰레기집이 대청소의 날을 맞게 된 것이다.

서울노원남부지역자활센터 인부 10여 명이 서씨의 집을 치우고 있다. 100L 마대자루 70여 개가 1분에 1개 꼴로 가득채워져 폐기됐다. 사진=최민석 기자

서씨 부부와 노모, 온 동네가 쓰레기로 고통 받은 지 꼬박 2년. 서울노원남부지역자활센터의 청소 전문가 10여명이 투입된 지 1시간여 만에 서씨의 집 바닥이 보였다. 담고, 들고, 끌고, 버리기를 반복한 끝에 100ℓ 크기의 마대자루 70여개가 배출됐다. 1시간이 조금 넘게 집 안을 비웠으니 1분에 1개꼴로 불룩하게 채워져 나온 셈이다. 청소 베테랑인 이들의 손발은 착착 맞았다. 그중 한 사람은 박씨에게 캔커피를 건네받고서는 “일할 맛 난다”며 웃었다.

서울노원남부지역자활센터 인부 10여 명이 투입된 지 1시간여 만에 서씨의 집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대자루는 복도에 가득 쌓였다.사진=최민석 기자

하지만 정작 어머니 박씨는 딸의 집이 예전 모습을 찾아가는 걸 꼼꼼하게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이웃들이 퍼붓는 비난을 계속 들어야 했다. 이웃들의 울분도 이해는 됐다. 10초도 견디기 힘든 환경을 2년이나 버틴 이들이다. 아파트 곳곳에는 이웃들이 서씨 집 옆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친 흔적들이 빼곡했다. 이웃집 현관문과 창문에는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꼈다. 그게 일상이라고 했다. 복도 벽 곳곳에 붙여 놓은 양면테이프에는 서씨 집을 비집고 나온 벌레들이 시커멓게 달라붙어있었다. 이웃들은 박씨가 보일 때마다 “제발 딸을 데리고 이사를 가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한 이웃은 “딸을 방치해놓고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한 이웃은 처음 본 취재진의 손을 잡아 끌며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저장강박증, 가족이 해결 못해…지자체가 나선 이유

딸의 집에 들어갈 수 없던 1년 동안 어머니 박씨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곳으로 여행가자”며 딸을 집밖으로 불러내 정신과에 간 적도 있다. 입원을 거부해 약만 받아 돌아왔는데 그마저도 딸은 먹지 않았다. 노모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딸을 감당할 힘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저장강박증이 가족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더욱이 보호자가 노인인 경우 더욱 그렇다. 한 전문가는 “저장강박증은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는 체계가 부재할 때 나타난다”며 “사회적으로 고립돼있거나 외로울 때 증상이 깊어진다. 정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관계망이 필요하다. 노모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장강박증은 정신장애 4대 질환 중 하나인 강박증의 하나다. 강박증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의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해지고 그것을 없애려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통제가 어려운 고집이 생기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한다. 강박적 행동에는 저항하기 어려운 충동이 동반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되풀이한다.

특히 저장강박증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시작돼 사회 문제로 번지는 특성을 지닌다. 전문가는 “보호자와 환자의 관계가 일단 중요하고 그 다음 이웃과 사회가 나서야한다”며 “환자에게는 쓰레기가 아니다. 스스로는 나름의 방식대로 정리해놓은 상태다. 강압적으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조급함이다.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한다. 환자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왜곡된 인식을 올바르게 잡아줄 수 있도록 다각도로 접근하는 방식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 원장도 “주변에 이런 이웃이나 가족이 있다면 응급상황임을 인식하고 물건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고집을 꺾으려 해도 안 된다. 불안을 자극하지 않고 환자를 설득하고 기다려주고 인내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가족의 돌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전문가를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구조적인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주민센터에서 직접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구청에서 서씨를 적극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청소 후 최소 1년 동안은 꾸준히 살펴보며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노원구청은 현재 서씨의 이사와 치료를 돕고 있다. 이웃과의 갈등을 매듭짓고 입원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씨는 “딸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니 더 바랄 게 없다”며 “딸이 호전됐으면 좋겠다.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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