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등학생들, 나치 노래 부르며 ‘히틀러 경례’… 학교 처분 無

국민일보

美 고등학생들, 나치 노래 부르며 ‘히틀러 경례’… 학교 처분 無

“학생들이 부른 노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

입력 2019-08-20 11:29 수정 2019-08-20 11:32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피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난해 말 나치 노래를 부르고 히틀러 경례를 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등학생들이 지난해 교내 시상식에서 나치 노래를 부르며 히틀러 경례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가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언론 더 데일리 비스트는 지난해 말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가든 그로브의 퍼시피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0명의 남학생들이 나치 노래를 부르고 히틀러 경례를 했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더 데일리 비스트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해당 고등학교 수구 팀 구성원들이다. 교내에서 수구 팀 관련 시상식을 열면서 나치 노래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한 명이 8초가량의 영상을 찍고 SNS에 게시했다. 직접 SNS에 영상을 올린 학생은 계정 소개 글에 나치 노래 가사를 적어놓기도 했다. 영상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논란이 일자 영상과 소개 글은 모두 삭제됐다. 학생은 언론의 해명 요구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영상을 보면 학생 한 명이 단상 앞에 서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양옆 책상에 3~4줄로 서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 나치가 행진하며 불렀던 노래를 합창했다. 오른팔을 목 높이로 들어 올리고 팔과 손을 곧게 펴는 나치 경례도 했다.

나치·히틀러 경레는 1930년대 독일 나치당이 하던 경례 방식이다. 오른쪽 팔을 높이 올리면서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 “하일 마인 퓌러(나의 총통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진행된다. 현대에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치 경례 또는 이와 관련된 구호가 법률에 의해 금지돼 있다.

학생들이 부른 노래는 독일 작곡가 헤름스 닐(Herms Niel)이 작곡한 노래다. 나치 군을 독려하기 위해 1935~1945년 사이 불렸다. 닐은 1933년에 시작된 나치의 연차(年次) 대회인 뉘른베르크 궐기 대회에서 밴드를 결성하는 등 나치 정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피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난해 말 나치 노래를 부르고 히틀러 경례를 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논란이 일자 가든그로브 교육구(GGUSD) 대변인은 “학교 관계자들은 사건 4개월 뒤인 지난 3월에 문제를 인지했고 관련 학생·가족들과 면담했다”면서도 “이후 이들을 징계처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든그로브 교육구는 초등학교 45개교, 중학교 10개교, 고등학교 8개교가 속해 있는 지방교육행정 단위다.

대변인은 “가든그로브 교육구는 괴롭힘과 문화적 민감성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며 “반유대주의나 혐오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문화적 민감성을 가르치는 것을 중요시 여기고 있으며, 자신이 만드는 결정에 책임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퍼시피카 고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더 데일리 비스트에 “문제 된 영상이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지만 교사들은 이에 대해 공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사건에 대해 공지 받은 적이 없고 관련 학생들이 징계 받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고등학생들이 지난 3월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으로 일회용 컵을 세워놓은 모습. 트위터 캡처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nti-Defamation League, ADL)의 오렌지 카운티 지사 레비 피터 레비 임원은 “학교가 지역 사회에 해당 이슈를 알리지 않은 건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사건의 경우, 학생들이 다 같이 배우는 기회로 삼는 등 학교가 의미 있는 접근 방식을 택한다”며 “문제점을 알리면서 공동체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길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채프먼 대학교에서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피터 시미 교수는 “학생들이 부른 노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라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알고 부른 건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나치 이슈에 대한 지식이 있지 않는 한 알기 어려운 노래”라며 “나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덧붙였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학생들이 나치와 관련된 행동을 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오렌지 카운티의 고등학생들이 파티에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으로 일회용 컵을 세워놓은 사진이 퍼졌다. 몇몇 학생들은 옆에서 웃으면서 나치 경례를 하고 있었다. 학교가 아닌 개인 파티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관련 학생들은 정학 당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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