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연봉 1억원 시대, 불황 속 ‘나홀로 파티’… 일자리 질은 더 악화

국민일보

은행원 연봉 1억원 시대, 불황 속 ‘나홀로 파티’… 일자리 질은 더 악화

입력 2019-08-20 16:51
상반기 급여 1인당 평균 5000만원 넘겨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나
전문가들 “임금 체계 개편 나서야”
은행권 “핀테크 혁신 속 공채 인원 축소 필연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실적 축포를 쏘아 올렸던 은행권이 높은 급여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직원 급여가 평균 5000만원을 넘기면서 연봉 1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고용이 늘면서 일자리 질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규직에 과도하게 편중된 인건비를 낮추는 ‘임금체계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한국씨티·SC제일)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5150만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급여액(4750만원)보다 8.4%(400만원) 늘었다. 2013년 인상률(19.1%) 이후 최대치다. 하반기에 임금 변동이 크지 않을 경우 평균 연봉 1억원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의 평균 급여액은 올해 상반기 근로소득 지급명세서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단순 평균한 값으로 등기 임원은 제외했다.

은행별로 1인당 평균 급여액은 한국씨티은행이 5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KEB하나은행(5700만원)과 KB국민은행(52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인상폭은 KEB하나은행(1200만원·26.7%)과 KB국민은행(900만원·20.9%), SC제일은행(600만원·14.3%) 순이었다.

은행 측에선 급여 인상폭이 두드러지는 이유로 일회성 요인을 꼽는다. KEB하나은행 측은 “올해 초 옛 외환은행의 인사·급여·복지 제도가 통합되면서 급여 지급이 상반기에 대거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도 임금·단체협상이 뒤늦게 타결돼 지난해 성과급이 올해 상반기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회성’이라고 넘기기엔 다소 무리도 있어 보인다. 은행의 평균 급여는 최근 3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뿐만 아니라 2017년과 지난해에도 6%대의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이 와중에 일자리 질은 더 나빠졌다. 고용형태별 직원 수를 보면 우리은행은 정규직에서 49명 줄었는데 비정규직은 503명 늘었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42명 증가했지만, 비정규직은 171명 더 늘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연봉 높은 정규직 남성 근로자가 명예퇴직을 하면 반복 업무를 대체할 사람으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면서 “이럴수록 정규직 임금을 비정규직 임금에 분배하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무조건적인 정규직 감축에 반대했다. 오 센터장은 “최근 일본은 산업 전반에 ‘임금 곡선 조정’ 체계를 도입해 노사간 임금 협상을 이루고 있다. 25~40세까지 연공서열제를 유지하고 40세 이후부터 성과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라며 “임금피크제로 사실상 명예퇴직을 강제하는 국내 은행과 다르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만으로 인력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업무 자동화(RPA)같은 핀테크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공채 인원을 늘리라는 정부의 의견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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