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악마가 된 고유정… 증거 보니 언론 보도와 달랐다”

국민일보

“일방적으로 악마가 된 고유정… 증거 보니 언론 보도와 달랐다”

박재영 변호사 “고유정에게 ‘거짓말보다 자백이 낫다’고 말해… 억울한 점 있었다”

입력 2019-08-21 16:13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의 변론을 재차 맡았다가 사임한 박재영 변호사(51·연수원 27기)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입을 열었다.

박 변호사는 21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유정 사건과 촛불집회는 내게 똑같은 사건”이라며 “유명해지려거나 거액의 수임료 때문에 고유정 사건을 맡은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판사로 재직하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이른바 ‘집시법’에 대한 위헌 제청을 받아들여 ‘촛불 판사’로 불린 인물이다. 당시 박 변호사의 선택으로 촛불집회 참석자 1400여명에 대한 재판 일부가 중단됐었다.

박 변호사는 “고유정에게 ‘당신이 만약 거짓말하는 것이라면 자백하고 선처를 받는 게 낫다’고 말한 뒤 사건 기록을 봤다”며 “증거를 보니 언론 보도와는 달리 고유정에게 억울한 점이 있었고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고인에게 모두가 등을 돌릴 때도 변호사는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봐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면서도 고유정의 ‘억울한 점’에 대해서는 “사건에서 손을 뗀 상황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고유정의) 우발적 살인 요소도 있다. 경찰이 부실 수사 논란 후 일방적으로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고유정을 악마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액의 수임료 때문에 고유정 변론을 맡았을 것이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을 계속 맡았다면 소속 로펌을 떠나려고 했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 맡은 사건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데, 2~3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변호사로서 내 소신을 지킬 수 있다면 그 정도 시간과 돈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나를 깊이 신뢰하며 울었던 적 있다”며 “변호인이 신뢰를 받았다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지난 13일 고유정 변호를 포기하고 사건에서 손을 뗐다. 1차 공판을 마친 지 하루 만이었다. 앞서 단체 사임한 고유정의 ‘호화 변호인단’ 5인에 속했다가 재차 사건을 맡았던 그의 두번째 사임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지셨다. 내 소신을 완전히 꺾기로 했다”는 글을 소속 법무법인 내부 SNS 단체대화방에 올렸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