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윤의 뮤직플레이]부활한 대학가요제의 불안한 출발

국민일보

[한동윤의 뮤직플레이]부활한 대학가요제의 불안한 출발

입력 2019-09-08 13:19 수정 2019-09-08 13:38
‘2019 대학가요제’에 진행자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수 김학래 이정석 김정아 김장수 이재성 창민 전유나 원미연 조갑경 우순실 공민수 예은. 연합뉴스


1977년 시작한 MBC ‘대학가요제’는 2012년 마지막 전파를 탔다. 오랜 세월을 축적하며 가수를 꿈꾸는 청년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시청률이 가하는 압력을 견뎌내지 못했다. 아이돌 그룹이 득세하고,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는 등 가요계 환경이 대대적으로 변하면서 대학가요제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진 것이다.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폐지를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였으나 MBC는 결국 막을 내리는 것을 확정했다.

그렇게 초라하게 과거에 남게 된 대학가요제가 올해 재탄생을 알렸다. 지난달 26일 가요제 주최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출발을 발표했다. 가요제는 경기도 고양 일산 호수공원에서 오는 10월 4일 전야제, 5일 본선으로 이틀간 치러진다.

많은 이의 만류에도 버려졌던 대학가요제가 7년 만에 되살아날 수 있었던 데에는 추억의 힘이 컸다. 근래 대중문화계에는 복고 바람이 무척 거세게 일고 있다. 가공식품 음료 주류 등 많은 상품이 초창기 디자인을 복원하기 바쁘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이 속속 이뤄지고 있으며, KBS와 SBS는 80, 90년대에 방송했던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내보내는 데 열심이다. 대학가요제도 대한민국 전역에 불어닥친 ‘추억앓이’ 열풍을 타면 회생이 가능하리라 판단해 다시 개최하기로 결정했을 듯하다.

폐지를 아쉬워한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리움에 편승하는 모습이 영 이상하고 불안하다. 때문에 행사가 이듬해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 벌써 의문이 든다.

주최 측은 모든 심사위원을 80년대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로 꾸렸다. 이들이 출연하는 전야제 공연을 마련해 대학가요제 전성기를 기억하는 중년 세대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다. 전야제로 모은 이목은 본선까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지 않았나 싶다. 40, 50대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에 본 대학가요제를 회상하며 빠져들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학가요제의 주인공은 참가자다. 경연에 나서는 대부분이 대학가요제를 발판 삼아 프로 음악인이 되기를 꿈꾼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배나 내 음악 세계를 알아봐 주는 사람의 눈에 들고 싶어할 듯하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가수들은 죄다 중년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 위주로 활동하는 ‘옛날 사람’이다. 심사위원 10팀 중 절반만 최근 5년 안에 새 미니음반이나 정규음반을 냈다. 이 사람들이 요즘 젊은이들 정서와 음악 트렌드를 충분히 이해할지 퍽 궁금하다. 많은 대학생이 대회에 매력을 느끼고 참가해야 대학가요제가 계속해서 존립할 수 있을 텐데 첫 회부터 출전이 꺼려질 만큼 심사위원 구성이 너무 촌스럽다.

대학가요제가 회복해야 할 것은 흘러간 가수들에 대한 기억이 아니다. 기발하고 멋진 노래가 나오고 음악성이 출중한 신인이 발굴되던 행사 그 자체다. 근사한 작품과 남다른 인재를 잘 가려내기 위해서는 젊은 심사위원들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간신히 명을 이을 기회를 잡아 놓고는 엉뚱한 데에 초점을 맞췄다. <음악평론가>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