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사고날 제주 하늘 ‘회랑 협상’ 미적대는 일본

국민일보

자칫하면 사고날 제주 하늘 ‘회랑 협상’ 미적대는 일본

김 국토, 일본측에 촉구

입력 2019-09-10 16:18 수정 2019-09-10 17:51
항공 관제탑. 픽사베이

지난 6월 30일 제주를 떠나 중국 상하이로 향하던 중국 길상항공 비행기가 근접 비행하는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피해 급히 고도를 낮추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미국 페덱스 항공기가 관제 지시 없이 고도를 올려 인근을 지나던 한국 국적기 2대와 마주칠 뻔한 상황을 맞았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일본에 협상을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일본 정부를 향해 “제주남단 항공회랑(回廊) 정상화를 위한 협의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라”고 촉구했다. 항공회랑은 항공로 설정이 곤란한 특수 여건에서 특정 고도로만 비행이 가능한 구역을 가리킨다.

한·중·일 관제권이 얽혀있어 안전 우려가 큰 제주남단 하늘길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국제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일본이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국토부 장관이 직접 협의에 응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위험도가 높은 항공회랑 일부를 관제하는 일본 후쿠오카관제소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안전감독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주남단 항공회랑 안전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일본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즉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주남단 항공회랑에서는 항공기가 안전거리를 넘어 서로 근접하는 위험사례가 두 차례나 발생했다. 특히 일본이 관제하는 구간은 우리나라가 관제하는 동남아행 항공로와 수직 교차하고 있어 안전에 매우 취약하다”고 일본의 대화 참여를 재차 촉구했다.

제주남단 항공회랑은 1983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중재로 한·중·일이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설정됐다. 전체 길이는 519㎞이고 폭은 93㎞이며 전체 길이 중 259㎞에 한국의 비행정보구역(FIR)이 포함된다. 1983년 당시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밖에 없었고 제주남단은 사용하지 않는 항로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이 직항로를 개설하면서 관제를 어디에서 할지 결정해야 했는데, 당시는 한중 수교 전이어서 중국이 한국의 관제에 반대했다. 이에 ICAO 중재로 제주남단 공해 상공에 중국·일본이 관제하는 회랑을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제주남단 하늘길은 한·중·일 삼국의 관제권이 뒤섞여 항공 안전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남단 하늘길은 1일 통행 항공기가 880여대에 이를 만큼 교통량이 많다. 한국 정부는 현재 제주남단 항공회랑에서 한반도 방향 상공에 한·중·일을 연결하는 신항로 개설을 제안했다. 기존 항공회랑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한 방향 항로로 사용하고, 신항로는 중국에서 제주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 한 방향 항로로 조정해 교통량을 분산하고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일본은 추가협상 종료시점인 이달 2일에야 현행 항공회랑을 유지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오히려 혼잡도와 위험을 가중시키는 기존 항공회랑의 복선화를 통보해왔다”며 “일본 정부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전향적인 자세로 즉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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