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오징어 내장 위로 엎어진 노동자 넷… 안전장비 없었다”

국민일보

“쌓인 오징어 내장 위로 엎어진 노동자 넷… 안전장비 없었다”

입력 2019-09-11 00:30 수정 2019-09-11 00:30
이하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0일 한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와 영덕군 등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후 2시41분쯤 경북 영덕 축산면 오징어가공업체 S수산 지하 저장 탱크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태국인 A씨(42), B씨(28)와 베트남인 C씨(53)가 사망했고, 태국인 D씨(34)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1시 숨졌다. 이들 4명의 사인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으로 추정된다. 오징어 찌꺼기가 부패하며 생기는 유독가스를 마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당시 노동자들은 업체의 지시로 3m 깊이의 지하 탱크를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지하 탱크에서 오·폐수가 빠져나가는 배관이 막혀 이를 뚫는 작업을 하기로 돼 있었다. 이날 이들이 하려던 폐수처리장 청소는 무려 8년 동안 한 번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작업에 돌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출동 당시) 탱크 안에는 오징어 내장 등 부패 물질이 30㎝ 정도 쌓여 있었고 근로자 4명은 엎어져 있었다”며 “(근로자들은) 보호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다른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망자 4명은 모두 이 업체에서 일한 지 1년이 채 안 된 노동자들이다. C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나머지 3명은 지난해 12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숨진 4명 중 2명의 가족은 이곳에 있고 나머지 2명의 가족은 모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경찰서는 이날 수사과장을 단장으로 한 14명 규모의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인명 피해가 커 사고 경위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전담반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업주 등 관계자를 상대로 당시 작업 과정과 상황을 조사 중이다.

또 경찰은 밀폐 공간에서 작업 안전수칙 준수, 사전 안전조치 이행 등의 여부를 따져 문제가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계자를 입건할 방침이다. 11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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