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최근 정치권 극한 갈등으로 본 도덕성 발달 단계

국민일보

[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최근 정치권 극한 갈등으로 본 도덕성 발달 단계

어른의 단계, 다양한 의견과 가치를 인정, 존중해야

입력 2019-09-11 14:19

국민들이 정치권을 보면서 아주 피곤한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인신 공격하며, 흥분하고 분노한다. 왜 우리는 건강하게 토론하지 못하는 걸까?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렌스 콜버그는 ‘하인츠의 딜레마’(Heinz’s dilemma)라는 것을 이용, 아이들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연구했다. ‘가난한 하인츠는 암에 걸린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약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책정한 약제사로부터 약을 훔쳤다’라는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였다. 하인츠는 약을 훔쳐야만 했는가? 절도는 옳은 것인가? 남편의 의무는 무엇인가? 좋은 남편이라면 약을 훔쳐야 했을까? 가격 책정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약제사가 원가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기록했다. 아이들이 어떤 근거로 사고하고, 의사결정, 판단하는 지를 분석했다.

연구를 토대로 세 가지의 도덕 발달 수준, 6단계의 하위 단계를 제시했는데 이것이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 이론이다.(6단계는 일반적인 사람은 도달하기 힘든 단계라 실질적으론 5단계 이론이다)

1단계는 ‘타율적 도덕적 단계’이다. 하인츠 딜레마를 제시했을 때 ‘야단맞지 않는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 도덕 판단은 주로 행동의 결과에 집중했다. 따라서 옳은 행동이란 소위 ‘말을 잘 듣는 행동’라고 생각하는 단계이다. 2단계는 ‘개인주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소위 ‘형평의 법칙’ 단계이다. 즉 내가 해주는 것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잘 해야 나도 그에게 그만큼 받을 수 있다’라는 식의 사고를 뜻한다. 10세 이전 아이들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3단계는 ‘대인 간 기대 단계’다. 흔히 “good boy” “good girl”이 되려고 하는 단계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역할에 기대되는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단계이다. 하인츠의 딜레마를 접했을 때 ‘남편으로서 기대되는 행동’을 중심으로 대답하는 경우다. 10세 정도가 되면 이 단계에 진입한다. 4단계는 ‘사회 시스템 도덕 단계’이다. 흔히 ‘법과 질서의 단계’라고 통칭되는 단계로서 사회 질서, 법, 사회적 의무를 중심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는 단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하인츠의 딜레마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질서를 위해서는 법은 지킬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답변한다. 청소년기 수준이다.

5단계는 ‘개인의 권리 및 사회계약 단계’이다. 개인이 법을 지키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이 내면화되어 있는 시기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과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어른의 단계’이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과 다른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관점에 따라 그 다른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학력 수준이 높고,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어른들 중에도 3~4단계 심지어 2단계 즉, 초등학교 수준의 도덕성 발달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게 본다. 아마도 우리가 이번 사태에 이렇게 반목하고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일 듯하다. 다양한 개인의 관점과 기준을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또 한 가지 함정은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는 인지적 측면, 즉 사고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분류한 것인데, 성숙한 도덕적 단계의 ‘사고’를 하는 것과 성숙한 ‘행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요즘이다.

이호분 (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