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연임시 팔레스타인內 유대정착촌 합병”

국민일보

이스라엘 네타냐후 “연임시 팔레스타인內 유대정착촌 합병”

우파 스트롱맨의 시대…국제사회 규탄 이어져

입력 2019-09-11 15:19 수정 2019-09-11 16:38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총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자신이 연임할 경우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이스라엘에 합병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잇따른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중심지로 중동분쟁의 뇌관으로 불린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TV 방송 연설에서 “나는 새 정부가 구성된 뒤 요르단계곡과 사해 북부부터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할 것”이라며 이 곳을 시작으로 요르단강 서안의 모든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 이어 또다시 합병 의사를 천명한 것이다. 그는 “오는 17일 이스라엘 총선이 치러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동평화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유대인 정착촌 합병은 미국 정부와 조율을 거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행보에는 유대 민족주의를 자극해 이번 총선에서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을 노리려는 목적이 깔려있다. 팔레스타인 땅의 유대인 정착촌에 사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강경우파 정치인들의 튼튼한 표밭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이스라엘에는 ‘평화’가 주어졌고, 팔레스타인에는 ‘땅’이 주어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세워졌다. 협정 체결 당시 팔레스타인 땅의 유대인 정착촌에는 10만명 정도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현재는 4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 강경우파가 앞장서 정착촌 확장정책을 펴온 결과다.

유엔(국제연합)은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계속 정착촌을 늘려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정착촌 합병의 시작점으로 꼽은 요르단계곡과 사해 북부는 요르단강 서안의 약 30%를 차지하며 이스라엘이 군사적 요점으로 여기는 곳이기도 하다.

총선이 접전으로 치러질 것이라 전망되는 상황도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발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현지 방송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당인 청백당이 이번 총선에서 32석을 차지해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리쿠르당보다 1석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쿠르당이 다른 우파 정당들과 연합해도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는 네타냐후 총리의 총선 공약을 일제히 규탄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위원인 하난 아쉬라위는 “네타냐후는 ‘2국가 해법’(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을 세우는 것)과 평화의 모든 기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역내 평화와 2국가 해법의 본질에 엄청난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당 지역에는 현재 팔레스타인인 270여만명이 살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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