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범님…저를 욕한 사람들” 초등생, 판사에게 보낸 편지

국민일보

“성폭력 사범님…저를 욕한 사람들” 초등생, 판사에게 보낸 편지

입력 2019-09-15 10:13 수정 2019-09-15 10:19
피해자 측 제공. 연합뉴스

“사범님을 감옥에 넣어주세요. 저를 믿지 않고 오로지 나쁜 애로만 욕한 사람도 처벌해주세요.”

태권도 사범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이 재판부에 편지를 보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가해자 측과 동네 주민의 2차 가해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도 편지에 담겼다.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17년 1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피해자 A양은 태권도학원 사범인 B씨가 통학 차량 안에서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엄마에게 털어놨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양이 피해 내용을 상세히 진술했고, B씨 주요부위 특징을 그림으로 묘사한 점 등이 고려됐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B씨 진술이 ‘거짓’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했다. 경찰은 결국 같은 해 4월 사건을 검찰로 넘겼지만, 검찰 조사는 더디게 진행됐다. B씨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A양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7년 7월 대검찰청 소속 아동 전문 심리위원에게 진술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A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사건 송치 1년 만인 지난해 4월에야 B씨를 기소했다.

A양이 피해 사실을 알린 뒤 B씨가 기소되기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 A양 가족은 이 기간 2차 가해에 시달렸다. 더딘 수사에 답답했던 A양 엄마가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린 게 화근이 됐다. A양 엄마는 곧바로 글을 지웠지만, 이를 본 B씨가 반박 글을 게시했다. B씨는 글을 통해 A양 가족사를 폭로했고,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A양 엄마가 돈을 목적으로 딸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B씨 여자친구가 A양 담임선생님을 찾아가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됐지만 2차 가해는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1차례의 공판 동안 B씨 측은 A양 가정환경을 문제 삼으며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A양 가족은 2차 피해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었고, 결국 올해 전학과 이사를 하게 됐다.

A양 엄마는 “가해자 측이 재판과정에서 부모의 삶과 아이의 삶을 연관 지어 명예훼손을 하는데도 재판부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며 “‘아이가 원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목격한 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라는 등 재판과정에서 수많은 명예훼손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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