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항전’ 베네수엘라 차베스 “코카인 범람시켜 美 병들게 하라”

국민일보

‘대미항전’ 베네수엘라 차베스 “코카인 범람시켜 美 병들게 하라”

美검찰 “당시 음모 가담한 고위관료 여전히 마두로정권에서 요직”

입력 2019-09-16 12:57 수정 2019-09-16 16:34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00년대 중반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와의 대립 과정에서 자국 고위 군부 관료들에게 “콜롬비아 맑스주의 게릴라 세력과 협력해 미국 사회에 코카인을 범람시켜라”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5일(현지시간) 이 같은 정황이 명시된 뉴욕남부지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문건이 인용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대법원 판사 출신 엘라디오 아폰테의 말에 따르면, 차베스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도움을 받아 미국 사회에 코카인을 대량 유통시킬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고위 관료들을 소집했다. 지난 2012년 미국으로 도피한 아폰테는 미 마약단속국(DDA)에 “차베스는 당시 회의에서 코카인을 미국 사회에 뿌리는 것을 포함해 미국과 사투를 벌이기 위한 정책 목표들을 촉진하라고 관료들을 압박했다”고 진술했다.

미 검찰은 올해 초 스페인 법원에 차베스정권에서 군정보당국을 이끌었던 우고 카르바할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 문건을 작성했다. 미국 당국은 지난 2008년 마약 밀매 혐의로 카르바할을 기소했는데, 숨어지내던 그가 지난 4월 스페인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붙잡히자 범죄인 송환을 스페인 측에 요청하기 위해 차베스의 획책을 설명한 문건을 작성한 것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카르바할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고위급 관료 중 하나였다.

이 문건을 최초 입수해 보도한 스페인 현지 언론 엘 문도는 “차베스 전 대통령과 군부 고위 관료, 사법 관료 등으로 구성된 베네수엘라 핵심 지도층은 콜롬비아에서 벨네수엘라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코카인의 이동을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협력했다”고 전했다. 차베스정권은 FARC를 이 같은 계획의 동맹군으로 포섭하기 위해 마약 수익을 나누는 한편 이들 반군에게 무기를 직접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미 검찰은 “코카인이 미국 해안 등 특정 지역으로만 들어갔다면 이 문서들이 공개되지 않았겠지만 베네수엘라 당국의 획책으로 실제 미국 사회 마약 밀매가 크게 활성화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카르바할의 기소장에는 “‘태양의 카르텔’(베네수엘라 군부가 운영하는 마약사업 카르텔)의 목표는 단순히 회원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일을 넘어 코카인을 대미항전을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었다”며 “약물이 복용자 개인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물론 광범위한 사회적 폐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술책”이라고 적시돼 있다. WSJ는 “남미 좌파 포퓰리스트의 상징인 차베스 전 대통령이 국제 마약 밀매 유통망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처음으로 그 윤곽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암으로 사망했지만, 미 당국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요직에 여전히 남아있는 차베스 측근 인사 몇몇이 당시 음모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과 독재로 점철된 차베스정권과 대를 이어 독재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마두로정권 사이의 연관성을 가려내 마두로정권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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