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잡지들,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스파이’ ‘한국의 탈레반’ 지칭

국민일보

일본 극우 잡지들,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스파이’ ‘한국의 탈레반’ 지칭

도넘은 혐한 비즈니스 … 한국이 북한에 사실상 함락됐다며 일본의 무장 촉구하는 논리 펼치기도

입력 2019-09-17 06:30 수정 2019-09-17 06:30
주간포스트 9월호 ‘한국 따윈 필요없어’ 등 혐한 기사들이 실렸다. 연합뉴스

일본 잡지계의 혐한 비즈니스 수위가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시민단체 등에서 미디어의 혐한 보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의 스파이’ 또는 ‘한국의 탈레반’이라고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대형 출판사 후소샤가 펴내는 잡지 ‘주간SPA’는 16일자 인터넷판에 ‘한국의 다음 표적은 일본, 일본은 살아남을 수 있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사실상 북한에 함락됐다면서 중국·러시아·북한으로 대표되는 대륙 세력의 다음 타깃은 일본인만큼 군비를 증강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헌정사 연구가라는 필자 구라야마 미츠루는 “북한은 간첩 12만명을 내려보내 한국을 빼앗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리석은 행동을 보면 북한의 간첩이라고 가정했을 때 모든게 설명이 된다”고 썼다. 이어 “현재 열세인 것은 해양 세력이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을 상대로 혼자 맞서는 상황인데, 한국은 대륙 세력으로 돌아서는 배신을 했다”면서 “문재인이 북한과 그 배후의 중국과 러시아에 충성을 다짐한다는 것은 일본은 전쟁 전야라는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대륙세력에게 한국 다음의 표적은 일본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구라야마는 허위사실을 가지고 일본의 위기를 부풀리며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는 “과거부터 한반도가 적대적이 되었을 때 일본은 싸우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면서 “북한은 군대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을 정복했다. 간접침략이다. 중국도 대만의 간접침략을 노리고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대륙세력의 이익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주한 미군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겐 주한미군의 최종 철수까지가 마지막 유예기간이다. 미국을 지탱할 만한 군비확대를 하자”고 썼다.

한국이 사실상 북한에 함락됐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스파이라고 주장한 일본 잡지 주간SPA의 16일자 인터넷판기사.

극우성향의 경제 매체 JB프레스는 지난 13일 ‘한국의 탈레반 문재인 대통령을 단칼에 끝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을 임명한 이유를 분석했다. 필자인 미국 주재 프리랜서 기자 다카하마 다토는 “비리 의혹이 많은 수석보좌관을 사법 파수꾼으로 임명했다”면서 “비리 의혹 투성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골이 난 미국에서 ‘문재인 같은 용공 대통령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고 비꼬았다.

다카하마는 미국의 한국통이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 인사는 문재인에게 최대 도박이다. 실패하면 정권은 무너진다. 정권 종식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면서 “문재인 정권 후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문재인은 검찰에게 수사를 당해 감옥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검찰 다욱의 권한을 약화시키려고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고 인용했다.

다카하마는 또 한국 정세에 밝은 하버드대 객원연구원이라며 이번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문재인 정권은 좌익, 반일, 반미로 특징지어지는 386세대가 좌지우지한다. 386세대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은 남북통일을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면서 “남북한 통일이 이뤄진다면 북의 핵 존속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핵 있는 남북통일’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다카하마는 “386세대가 떠나지 않는 한 악화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면서 “반일뿐 아니라 반미지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조국 인사와 문 대통령의 균형 외교가 흔들릴 경우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헤이트 스피치 집회와 이를 반대하는 집회가 도쿄 도심에서 충돌했다. 연합뉴스

한편 진보적인 아사히신문은 16일 사설을 통해 혐한을 부추기는 자국 언론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혐한과 미디어, 반감 부추기는 풍조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에 대해 서술한 뒤 “일부 언론이 한국을 감정적으로 멀게 만드는 말을 다수 사용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신문은 특히 월간 ‘문예춘추’ 10월호에 실린 ‘격분과 배신의 조선반도/한일단절’ 기사와 월간 ‘윌(WILL)’ 4월호 기사 ‘202X년 한국 소멸 카운트다운’, 주간포스트의 9월 기사 ‘성가신 이웃에 안녕/한국 따윈 필요없어’ 등을 제시했다.

신문은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마땅히 있어야 할 외교를 둘러싸고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며 “그러나 처음부터 상대국에 대한 비난 의도가 담긴 논평은 건설적인 논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TV에서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논조가 눈에 띈다고 적었다. TBS 계열 CBS TV의 정보방송은 지난달 한국에서 일본인 여성이 머리채를 잡힌 사건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의 한 출연자는 “일본 남성도 한국 여성이 들어오면 폭행해야 한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신문은 “만약 출판물의 판매촉진이나 시청율을 목적으로 이런 논평을 보도하는 언론은 공기(公器)로서 긍지가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본 정권이 자국 여론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함께 나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사 등 일본 언론이 국책에 따라 미국, 영국 등에는 적대심과 중국, 한국 등에 멸시를 심는 기사를 썼다고 회고했다. 이어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권과 거리감을 두고, 냉정한 외교 논의를 촉구하는 역할이 언론에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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