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교배로 숨진 호랑이 86마리… 태국 ‘호랑이 사원’의 진실

국민일보

근친 교배로 숨진 호랑이 86마리… 태국 ‘호랑이 사원’의 진실

불법 포획·장기 밀매 논란의 호랑이 사원

입력 2019-09-17 11:23 수정 2019-11-06 17:14
DNP 관계자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호랑이 사원'에서 구조된 147마리의 호랑이 중 80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EPA/뉴시스

3년 전 태국 ‘호랑이 사원’에서 구조된 호랑이 147마리 중 86마리가 숨졌다. 이 호랑이 사원은 불법 번식과 야생 동물 밀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목숨을 잃은 호랑이들은 근친 교배 과정에서 면역 결핍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국립공원 야생동식물국(DNP) 관계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호랑이 사원에서 구조한 호랑이 반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근친 교배가 사망 원인으로 꼽혔다. DNP 관계자는 “근친 교배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사망한 호랑이들은 면역력에 위협을 가하는 유전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 시설로 옮겨진 호랑이들은 이미 장소 이동으로 허약해진 상태였고 이후 건강상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면역 결핍 등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서 치료를 진행해왔다”면서도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들이 차례로 급사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했다. “많은 호랑이들은 혀 마비, 호흡곤란, 신경성식욕부진증을 겪으며 치명적인 발작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DNP의 미흡한 조치가 사망을 초래했다고 반박했다. 보호시설이 작아 질병이 쉽게 확산됐다는 주장이다. 태국 야생동물 보호단체(WFFT)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많은 호랑이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당국에 책임을 물었다. 단체는 “DNP가 보유한 공간은 많은 호랑이들을 돌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했다.

태국 칸차나부리주의 왓 파 루앙 타 부아 불교 사원(이른바 호랑이 사원)은 1994년 건립됐다. 2001년부터는 목숨이 위태로운 야생동물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야생동물 보호 사원으로도 알려졌다. 이후 보유 호랑이 수가 늘어나면서 전문 사육시설과 인력을 갖추게 됐다.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으며 사실상 동물원으로 영업해왔다. 관광객들은 사원을 방문하면서 수십 마리의 호랑이들을 관람했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호랑이 사원은 태국 인기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6년 호랑이 사원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당국의 기나긴 조사가 시작됐다. 당국은 동물보호단체의 신고를 받고 해당 사원 내에서 호랑이 새끼 사체 40구를 발견했다고 같은 해 6월 밝혔다. 새끼 호랑이로 술을 담그고 가죽과 장기를 적출한 흔적까지 포착됐다. 이 사원이 호랑이 사체를 팔아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태국 당국은 그해 6월 사원에 있는 호랑이들을 모두 포획해 두 군데의 보호 시설로 옮기고 치료를 시작했다.

호랑이 사원은 동물 불법 포획, 장기 밀매 논란에 휩싸이면서 폐관됐다. 사건 이후 태국 야생 생물 보호청과 경찰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전국의 30여개 동물원과 동물 쇼장 등에 수사관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에 착수했다. 호랑이 사원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는 현재 진행 중이다.

호랑이 사체는 호랑이가 약효 성능이 있다고 믿는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값비싼 가격으로 팔려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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