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사건’ 하재헌 중사 “보훈처, 유공자로 정치 말고 명예 지켜달라” 청원

국민일보

‘목함지뢰 사건’ 하재헌 중사 “보훈처, 유공자로 정치 말고 명예 지켜달라” 청원

문 대통령, 논란 일자 “관련 법조문 해석 여지 살펴봐야”

입력 2019-09-17 22:12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게 ‘공상’(公傷) 판정이 내려져 논란이 인 가운데, 하 중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직접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청원은 올라온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17일 오후 10시5분을 기준으로 97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하 중사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북한 목함지뢰 도발사건, 저의 명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청원에서 “보훈처는 유공자를 가지고 정치하지 말고, 전상군경으로 (지정해) 저의 명예를 지켜달라”며 “다리 잃고 남은 건 명예뿐인데 명예마저 빼앗아 가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부상 이후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한 하 중사는 운동선수를 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1월 전역해 조정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 중사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으로 인해 멀쩡하던 두 다리를 절단하고 양쪽 고막이 파열되며 오른쪽 엉덩이가 화상 및 함몰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 후 총 21차례에 걸친 큰 수술을 받아야 했으며, 1년 넘게 병원생활을 하고 두 다리에는 의족을 낀 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전역 이후 지난 2월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며 “(결과를)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지난달 유공자 소식을 듣게 됐는데 저희 사건이 전상군경이 아닌 공상군경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 중사는 “국가를 위해 몸 바치고 대우를 받는 곳이 보훈처인걸로 아는데 보훈처에서 정권에 따라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그는 천안함 사건과 비교하며 “천안함 사건과 저희 사건은 둘 다 교전도 없었으며 북한의 도발이었는데 천안함 유공자분들은 전상을 받고 저희는 공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훈처에) 천안함 사건을 이야기하자 ‘천안함은 많이 다치고 많이 돌아가셨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했다. 저희는 두 명밖에 안 다치고 아무도 안 죽어서 공상이라는 말도 아니고”라며 “또 전상군경과 공상군경(을 두고) ‘별 차이없다’ ‘돈 오만원 차이난다’고 하시는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희한테는 전상군경이 명예”라고 지적했다.

하 중사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하셨는데 왜 저희를 두 번 죽이시는 거냐”며 “‘적에 의한 도발’이라는 게 보훈처 분류표에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 보훈처는 유공자를 가지고 정치하지 말고 전상군경으로 제 명예를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리고 지난달 23일 하 중사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독립심사기구인 보훈심사위의 내·외부 법률전문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 유공자법에 규정된 심사기준 및 절차에 따라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거쳤다”면서도 “하 중사가 이의신청을 한 만큼 이 사안을 본회의에 올려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육군은 그가 전역할 때 내부 규정에 따라 ‘전상’ 판정을 내렸지만, 보훈처 보훈심사위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그의 부상을 ‘전상’으로 인정할 명확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공상’으로 판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상’(戰傷)은 적과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를 뜻한다. 반면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 국가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등의 과정에서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보훈심사위는 그동안 군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지뢰사고에 대해 ‘공상’ 판정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한편 하 중사에게 ‘공상’ 판정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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