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부터 일본 백색국가서 제외…우리 기업 11곳만 현행 유지

국민일보

정부, 오늘부터 일본 백색국가서 제외…우리 기업 11곳만 현행 유지

입력 2019-09-18 05:51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지난 17일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09.18

정부가 한국 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대상국인 백색국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정부와 제대로 협의에 나서지 않은 것에 따른 조치다. 앞서 정부는 일본에 거듭 대화를 요청했지만 일본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자 지난 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까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통제 제도 개선을 위해 추진해 온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17일 밤 12시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산업부는 그동안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이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하는 등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을 변경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고자 개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12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발표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이후 지난 3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했고 법제처 검토와 규제 심사 등을 거쳐 개정에 필요한 절차를 완료했다.

국민참여입법센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접수한 결과 찬성이 91%로 대다수가 개정안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의견을 접수한 후 법제처 검토와 규제심사 등을 거쳐 개정에 필요한 절차를 완료하고 18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수출입 고시엔 한국의 수출 대상국을 ‘가(우대국)’과 ‘나(비우대국)’으로 나눴다. 이번 개정안에선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가’지역이던 일본을 ‘가의2’지역으로 분류해 원칙적으로 ‘나’지역 수준의 수출 통제를 받도록 했다.

가의 2지역으로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는 수출허가 심사기간이 기존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로 변경된다. 다만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기업)의 경우 AAA등급은 5일 이내, AA등급은 10일 이내 처리기간이 적용된다. A등급은 15일 이내가 원칙이지만 전략물자의 품목별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국으로 수출할 경우엔 원칙적으로 10일 이내 심사기간이 적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인 CP기업은 자율적으로 수출통제를 이행하는 기업에 대해 포괄허가 자격을 부여하는 등 수출심사 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기업이 지금처럼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면 CP기업에만 내주는 포괄수출허가를 활용해야 한다. 다만 CP기업 중에서도 각 등급에 따라 차등화된 의무와 특례가 부여된다.

포괄수출허가는 사용자포괄수출허가와 품목포괄수출허가로 나눠지며 사용자포괄수출허가는 AA등급 이상 CP기업만 사용할 수 있다. A등급 CP기업은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입을 하거나 2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어야 예외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품목포괄수출허가 사용 자격은 AAA등급 CP기업으로 제한된다. 최종사용자가 국가이거나 정부 기관인 경우에만 AA등급 CP기업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일정한 조건 없이 일본에 대한 포괄수출허가가 허용되는 기업은 AAA등급을 받은 11곳 뿐이다.

아울러 가의2 지역으로 수출할 경우 증빙서류도 추가해야 한다. 기존 신청서와 전략물자판정서, 영업증명서 외에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유효기간도 사용자포괄허가, 품목포괄허가 모두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다만 AAA등급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3년이 적용된다.

최종사용자가 국가나 정부 기관이라면 AA등급 CP기업도 지금처럼 품목포괄허가를 활용할 수 있다. 또 플랜트건설 등 동일한 목적으로 많은 품목을 장기간 공급해야 하는 경우 모든 등급의 CP기업이 품목포괄허가를 사용할 수 있다.

비전략물자에 적용하는 상황허가, 이른바 캐치올 규제 심사도 강화된다. ‘가의1’ 지역은 ‘인지와’ ‘통보’ 요건에 해당하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가의2’ 지역은 여기에 ‘의심’ 요건도 추가된다. 이는 수출자가 해당 물품이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쓰일 의도를 알았거나 의심이 될 경우를 뜻한다. 다만 중개허가와 경유, 환적허가는 가 지역에 있을 때처럼 면제받는다.

만약 기존에 발급받은 개별수출허가가 있다면 유효기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포괄수출허가도 마찬가지로 유효기간 변경 없이 활용하면 된다. 산업부는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으로 대(對) 일본 수출허가가 강화되면 국내 100여개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일본으로 전략물자 관련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산업부는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 용도의 정상적인 거래는 신속하게 대일 수출허가를 내주고 중소기업은 전담심사자를 배정해 허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본은 반발했다.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일본 정부는 “근거가 없는 자의적 보복 조처”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의 지역 분류를 다르게 하는 등 한국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함이지, 일본에 대한 대응 조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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