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에 묶여 푸드덕… 일본 인기 ‘올빼미 카페’의 위험한 실태

국민일보

밧줄에 묶여 푸드덕… 일본 인기 ‘올빼미 카페’의 위험한 실태

일본 동물권리센터(ARC)가 조사한 16개 올빼미 카페

입력 2019-09-19 12:05
올빼미 카페에 있는 올빼미의 두 다리가 밧줄로 묶여 있다. 일본 동물권리센터(ARC)

일본에서 올빼미 카페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야행성 동물인 올빼미가 부적절한 환경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일본 동물권리센터(ARC·Animal Rights Center)는 16개 일본 내 올빼미 카페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카페에서 올빼미들은 물조차 자유롭게 마시지 못하며 다리가 묶인 채 생활했다. 스트레스와 관리 부실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오카다 치히로 ARC 대표 이사는 “동물은 음식과 물이 있으면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자유가 없고 습성이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서서히 신체적·정신적으로도 내몰린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인간 질병 대부분의 원인이듯, 동물도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을 이용한 동물 카페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오락”이라고 표현했다.

올빼미와 부엉이 4마리가 다리가 묶인 채 방치돼 있다. 이들은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려다 실패하는 등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동물권리센터(ARC)

올빼미 카페에 있는 올빼미들의 다리는 짧은 새끼줄로 묶여있다. 카페에서 날아다니지 못하게 다리를 묶는 것이다. 손님들은 카페에 와 올빼미를 만지고, 사진 찍고, 어깨에 올려본다. 아무리 묶여있더라도 날고 싶은 이들의 본능은 막지 못한다. 날개를 활짝 펴고 비행을 시도하고, 다리의 줄을 씹는 행동을 보인다. 사냥감을 찾을 때나 이변을 감지했을 때 고개를 빙빙 돌리는데, 이런 행동도 관찰된다.

그 외의 시간에 올빼미들은 주위에 돌아다니는 인간이나 실내의 미묘한 변화를 관찰한다. 올빼미들에게 휴식 시간을 주는 카페도 있는데, 이 경우 올빼미 앞에 ‘휴게 중’이란 팻말이 붙어있을 뿐이다. 동물들은 변함없이 카페 내에 구속돼 있다. 손님이 카페에 머무는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지만 올빼미들은 온종일 같은 공간에 갇힌 셈이다.

올빼미 카페 내부 모습. 일본 동물권리센터(ARC)

한 올빼미 카페 전 종업원은 ARC에 내부 고발을 하기도 했다. 그 카페에서는 1년간 올빼미 약 30마리 중 7마리가 사망했다고 한다. 전 종업원은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아파도 내색하지 않는다. 죽어간 올빼미들도 그랬다”고 말했다.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나무에서 떨어져 쓰러지는 듯한 형태로 죽어간 올빼미도 있었다. 그는 “동물을 많이 사육하는 장소에서 사람들은 동물의 괴로움에 쉽게 둔감해졌다”고 전했다.

카페라는 작은 공간은 올빼미들이 살기에 부적합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동물 규제에 따르면 올빼미 한 마리에겐 폭 3m, 길이 6m, 높이 3m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의 올빼미 카페에서는 그 정도 공간에 10~20마리의 올빼미들이 한 데 모여 살고 있었다. 비행을 막는 건 적절한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필요한 근력은 저하되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둥지 높이도 문제였다. 올빼미들은 야생에서 먹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서 지낸다. 높은 곳에 둥지를 지어줘야 한다. 하지만 카페에서 올빼미 집은 사람이 사진을 찍기 쉽게 배치돼 때로는 땅바닥에 놓여있다. 물조차 자유롭게 마실 수 없는 카페도 있었다. 주인들이 ‘분뇨가 늘어난다’ ‘필요 없다’는 이유로 물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빼미들은 야행성이라 청각이 뛰어난데, 카페에는 사람들의 소리와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이는 동물들에겐 소음에 해당한다. 게다가 카페는 인간에게 편리한 밝기로 유지되고 있어 야행성인 올빼미들에게 적절하지 않다. 사람이 몸을 쓰다듬는 행위 역시 강한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새장 위에 웅크려 앉아 있는 올빼미. 일본 동물권리센터(ARC)

치히로 이사는 우리가 동물 복지에 신경 써야 한다고 일갈했다. 날 수 있을 만큼의 넓이와 높이가 보장되는 공간, 인공의 연못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치히로 이사는 “야생 동물이 아무리 인간에게 길들여졌다 하더라도 사람과의 생활은 스트레스가 된다”며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이 사육·관리해 온 역사가 긴 동물 외에는 섬세하고 면밀한 규칙을 실행하며 길러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인들은 ‘조용한 학대’에 둔감하다”며 “세계의 주목을 받을 2020 도쿄 올림픽 전까지 야생 동물을 이용한 카페를 종식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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