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왔던 ‘화성 그놈’ 아내, 울면서 남편 성도착증 진술”

국민일보

“경찰서 왔던 ‘화성 그놈’ 아내, 울면서 남편 성도착증 진술”

입력 2019-09-22 08:52 수정 2019-09-22 10:19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모(오른쪽)씨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 이모(56)씨를 검거했던 전직 형사가 “이씨의 부인이 과거 남편의 성도착증에 대해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조사 과정에서 수시로 거짓말을 했었다면서 “(화성 사건도) 절대 자백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25년 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해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최근 DNA 검사를 통해 3대 미제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다.

이씨 검거 당시 청주서부경찰서에서 형사로 재직했던 김시근씨는 “경찰서에 진술하러 온 (이씨 아내가) 남편의 성도착증을 호소하며 진술 내내 울었었다”고 20일 조선일보에 밝혔다. 아내에 따르면 이씨는 가정을 꾸린 뒤 폭력 성향을 종종 드러냈다고 한다. 1994년 ‘처제 살인 사건’ 당시 판결문에도 그가 아내에게 재떨이를 던지고, 피가 날 때까지 폭행했던 정황이 적혔다.

김씨는 이씨가 ‘거짓말의 달인’이었다고 했다. 이씨가 대법원 판결 때까지도 범행을 부인했다며 “무죄를 짜맞추려고 수시로 말을 바꿨었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21일 SBS와 인터뷰에서도 당시 처제가 살해됐다는 소식에 다리를 떨며 불안해하는 이씨를 보고 범인임을 직감했지만, 계속되는 거짓말에 애를 먹었다며 “(화성 사건은) 틀림없이 자백 안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씨는 1994년 1월 청주 자택으로 처제를 불러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한 아내가 두 살 배기 아들을 남겨둔 채 가출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처제의 시신은 이씨의 집으로부터 8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여성용 스타킹에 묶인 상태였다. 성폭행한 뒤 살해한 점, 시신을 속옷·스타킹 등 옷가지로 묶은 점 등은 화성 사건의 수법과 유사했다.

김씨는 처제 살인 사건으로 이씨의 화성 본가를 압수수색할 당시 화성 사건 수사팀도 현장에 왔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필요할 경우 청주에 오면 서류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 (화성 사건 수사팀에) 얘기했다”면서 “그 사람들도 (이씨를) 봤다”고 했다.

다만 화성 사건 수사팀이 예상했던 혈액형과 이씨의 것이 달랐고, 몽타주도 실제 얼굴과 차이가 나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기 전까지 화성 사건 범인의 혈액형은 B형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신도 이씨를 화성 사건 용의자로 확신할 수 없었다며 “몽타주와 검거 당시 실제 이씨의 외모, 눈매가 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화성 사건의 증거품에서 나온 DNA와 이씨의 것이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DNA) 감식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은 현재 부산교도소에 있는 이씨를 상대로 세 차례나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것은 용의자의 자백이어서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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