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모범수 ‘화성 그놈’, 부산교도소서 맡은 뜻밖의 역할들

국민일보

1급 모범수 ‘화성 그놈’, 부산교도소서 맡은 뜻밖의 역할들

입력 2019-09-23 00:27
7차 화성 살인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뉴시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1급 모범수’로 수감 생활을 해온 것이 확인되면서 이씨의 교도소 생활이 주목받고 있다.

처제 강간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씨는 1995년 10월부터 24년간 부산교도소에서 1급 모범수로 생활해왔다.

이씨는 수감 생활 내내 한 차례도 규율을 위반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춘재는 수형자를 분류하는 4단계 등급 중 가장 높은 S1 등급을 받았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또 2009년과 2010년 ‘반장’으로 불리는 봉사원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 작업 때 교도관을 보조해 수형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봉사원 1명당 수형자 약 100명의 작업을 관리한다. 봉사원은 모범수 중 교정 성적과 나이, 인성 등을 평가해 지정된다. 봉사원은 가석방에 영향을 미치는 수형 점수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씨는 교도소 내에서 착실한 생활로 꾸준히 교도관들의 신임을 얻어갔다. 이씨는 반장으로 성실히 작업장에 출역하면서 가구제작기능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2011년과 2012년에는 수감자 도자기 전시회에 직접 만든 도자기를 출품해 입상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씨는 교도소에서 독실한 불교 신자로 생활하며 종교 모임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모(오른쪽)씨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씨는 수감 기간이 20년을 넘어선 2015년부터는 관련법상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에 1급 모범수인 이씨는 각종 모범적인 활동을 하며 쌓은 수형 점수 등으로 가석방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씨와 친하게 지내던 한 스님은 이씨가 출소 이후의 삶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씨가 “내가 교도소에서 나가면 주소지를 둘 데가 없으니 스님 집에 주민등록 주소를 올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교도소 측은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것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이씨는 평소 말이 없고 조용히 수감 생활을 해온 대표적 모범수이며 희대의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1급 모범수는 맞다. 하지만 가석방을 검토한 바 없으며 고려치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건 중 3건의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일치해 용의자로 특정됐다. 하지만 이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해당 사건 공소시효는 2006년 4월 2일에 만료됐다. 용의자가 자백해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최악의 사건이다. 경찰이 연인원 200만 명을 투입했지만 끝내 검거에 실패하면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이형호군 유괴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김도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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