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만행사건 엊그제 같은데…남·북·유엔사 JSA건물 지붕 ‘협력수리’

국민일보

도끼만행사건 엊그제 같은데…남·북·유엔사 JSA건물 지붕 ‘협력수리’

“JSA건물 북측 보수에 3자 협력 원활하게 이뤄진 건 처음”

입력 2019-09-23 16:32 수정 2019-09-24 07:52
북한 인원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건물 지붕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 이하 유엔사 페이스북

남한과 북한,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태풍 피해를 입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건물을 보수하는 데 협력했다. JSA에서 이뤄진 북측 보수 작업을 위해 ‘3자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23일 “복구 작업은 지난 12~14일 실시됐다”며 “지난 11일부터 북한과 유엔사 간 전화통화와 대면 접촉을 통해 보수 작업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 통화는 지난해 7월 복원된 직통전화를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유엔군사령부 소속 장병 2명(오른쪽)이 최근 진행된 북한의 JSA 건물 보수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유엔사 페이스북

북측 10여명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지붕을 덮고 있던 양철판을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이 지붕은 지난 6~8일 한반도를 지나며 강풍을 일으킨 제13호 태풍 ‘링링’에 파손된 것이었다. JSA에는 군사분계선(MDL) 위에 7개 건물이 있는데, 북한은 이 가운데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을 비롯한 4개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태풍 피해는 북측이 관리하는 건물에 집중됐다. 북한의 보수 현장 인근에는 한국군과 유엔사 인원들도 모여 있었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3자가 작업 현장에 함께 있는 장면이 연출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북한 인원들이 JSA 건물 보수 작업을 하는 장면.

다만 한국군과 유엔사 소속 장병이 북한의 복구 작업을 직접 도와주거나 공사 자재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한국군 관계자는 “북한이 중립국감독위원회 건물을 복구하려면 MDL을 넘나들어야 한다”며 “이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우리 군과 유엔사가 협력을 해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인원들이 JSA 건물 지붕을 덮는 양철판을 교체하고 있다.

유엔사는 복구 장면을 찍은 사진 6장을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뒤 “긍정적인 측면은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북한 인원들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은 JSA가 북한, 유엔사, 그리고 대한민국 사이의 연결고리(active link)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준다”고 평가했다.

남과 북, 유엔사는 지난해 체결된 9·19군사합의에 따라 JSA 비무장화 조치를 완료했으나, JSA 내 남북 자유왕래를 위한 3자 간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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