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다니는 선로가 인생샷 명소?… 홍보 믿고 폐철길 갔다 ‘벌금’

국민일보

기차 다니는 선로가 인생샷 명소?… 홍보 믿고 폐철길 갔다 ‘벌금’

벽제역터널 관광명소로 소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뒤늦게 제동

입력 2019-10-09 00:20 수정 2019-10-09 00:20
고양시가 열차가 운행되는 벽제역 터널을 ‘폐철길 인생샷 명소’로 홍보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시청의 말을 믿고 철길에 들어갔다간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고양시는 뒤늦게 오류를 알고 홍보를 중단했지만 이미 SNS 등을 통해 퍼진 내용이 유통되고 있다.

일상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지난 4월 27일 오후 벽제역 폐철길에서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포스팅했다가 벌금을 물게 됐다고 8일 밝혔다.

정씨는 고양시청 팸투어 소식을 보고 벽제역 철길을 방문했다. 고양시는 지난 4월 벽제역 철길을 관광지로 홍보하기 위해 ‘고양의 봄 팸투어’를 개최했다. 이 투어엔 파워블로거와 SNS 파워유저 30명을 초청했다.

벽제역 철길 포스팅 후 3개월이 지난 7월 정씨는 서울지방철도경찰대 수사과로부터 벌금 25만원을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벽제역이 폐선이 아닌 운행선이기 때문에 선로에 들어간 것이 철도안전법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정씨는 “관광지라고 홍보해서 갔는데 벌금이라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고양의 봄 팸투어 코스에 벽제터널이 명시되어 있다. 고양시청 공식 트위터

고양시는 팸투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벽제역 터널을 홍보해 왔다.고양시 문화유산관광과는 벽제역에 “벽제역은 철도가 운행되지 않는 역으로 화장실이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해 놓기도 했다.

고양동주민자치위원회가 발행하는 ‘높빛마을신문’도 벽제터널을 “고양동의 명소”로 소개하고 “폐역이 되어 이를 이용한 사진 촬영이 SNS로 홍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위클리 공감’ 역시 499호에서 벽제 폐철길을 ‘인생 샷 촬영지 8선’으로 소개했다.

벽제역이 관광지로 홍보되고 관광객이 늘어나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5월 9일 고양시에 벽제역 및 벽제터널 주변 지역 관광개발이 불가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고양시는 6월 12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공문을 받은 이후 벽제역을 폐철길로 홍보하고 있지 않다”고 회신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weekly 공감 499호 (좌) 고양동주민자치위원회가 발행한 높빛마을신문 (우)

정씨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의 잘못된 안내로 매우 위험한 곳을 방문한 셈인데 사과를 받기는 커녕 과태료 통지서를 받아 매우 억울하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벽제역은 폐선이 아닌 운행선”이라면서 “자주 운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정기적으로 열차가 운행하기 때문에 선로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 선로에서 찍었던 사진이라도 신고의 대상이 되니 모두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홍근 인턴기자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