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실종된 치매 할머니 찾아낸 美 어린이 탐정단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실종된 치매 할머니 찾아낸 美 어린이 탐정단

입력 2019-10-09 11:27
글렌타 할머니를 찾아낸 어린이 소년 탐정단. 폭스뉴스 캡쳐

“치매 할머니를 찾습니다.”

경찰이 실종된 97세 할머니를 찾는 SNS 글을 올린 지 4시간쯤 뒤 경찰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아주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가 할머니를 찾았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빌 경찰은 지난 1일(현지시간) 실종신고가 접수된 글렌타 벨포드(97) 할머니를 찾기 위해 주민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글렌타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습니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최근 집과 상관없는 장소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게시물에는 할머니를 걱정하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어린 영웅들은 댓글을 달며 걱정만 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를 찾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섰습니다. 10살인 로건 헐트먼, 카슈턴 클라이보른, 마케나 로저스와 11살인 호프 클라이보른은 할머니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거리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전거를 이용해 경찰이 글을 올린 지 약 4시간 만에 덤불 주위를 헤매고 있던 글렌타 할머니를 찾아냈습니다. 할머니의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카슈턴은 폭스뉴스에 “할머니는 덤불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죠. 우리가 다가갔을 때 할머니는 ‘오지마라, 오지마라, 가라, 가라’고 말했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탐정단의 맏언니인 호프는 당황하지 않고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실종된 할머니를 찾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할머니를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로즈빌 경찰은 사건을 종결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린 탐정들은 글렌타 할머니와 우리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또 누구나 어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도움의 손을 내미는 따뜻한 공동체의 훌륭한 본보기”라고 어린 영웅들을 칭찬했습니다. 현지 언론들도 이들을 ‘소년 탐정단’으로 부르며 감탄했답니다.

로건의 어머니인 알리사 헐트먼은 폭스뉴스에 “아들에게 왜 할머니를 찾으러 나섰느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저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하더군요. ‘누군가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엄마.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서 그들을 도와야 해요.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에요’라고 했습니다”라며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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