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르드 공격’ 임박…쿠르드 민병대 ‘결사 항전’

국민일보

터키 ‘쿠르드 공격’ 임박…쿠르드 민병대 ‘결사 항전’

트럼프 배신에 생존 위협 받는 쿠르드족

입력 2019-10-09 17:33 수정 2019-10-09 17:34
미군의 차량 행렬이 7일(현지시간) 터키와 인접한 시리아 북동부 국경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와 쿠르드족 사이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 개시를 시사하자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는 ‘항전’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론’의 충격파가 중동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터키 대통령실의 파레틴 알툰 공보국장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터키군이 곧 자유시리아군(FSA·시리아 내 친(親)터키 성향 반군)과 함께 터키·시리아 간 국경을 넘을 것”이라며 “YPG엔 2개 선택지가 있다. 도망치거나 우리의 ‘반(反)이슬람국가(IS)’ 작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YPG가 시리아를 떠나지 않는다면 터키군은 대테러전의 걸림돌인 YPG를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 YPG를 겨냥한 터키군의 공습이 부분적으로 시작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터키 일간 사바흐는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 하사카 주의 한 마을에 배치된 YPG 부대에 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도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부대 두 곳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터키 안보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터키군이 본격적인 작전 개시를 앞두고 쿠르드족 부대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시리아 국경 인근 지역을 공습했다”고 설명했다.

쿠르드족은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으로 진입하면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YPG가 주도하는 군사동맹체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사령관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전할 것이다. 이미 지난 7년간 전쟁을 치러왔다. 앞으로 7년 동안도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미국과 동맹을 맺고 지난 5년간 이슬람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치러왔다. 희생된 쿠르드족 전사만 1만1000명이 넘는다. 터키와 이라크 북부, 시리아·이란 고원 지역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족은 그 인구만 약 4000만명에 달한다. 독립 국가를 이루지 못한 민족 중 최대 규모다. 쿠르드족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수차례 독립을 시도했는데 매번 주변국들의 방해로 실패했다. 쿠르드족이 미군의 IS 격퇴전에 적극 동참한 이유는 독립국가를 향한 그들의 오랜 꿈 때문이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울 경우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 일대에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일을 도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터키에게 이 지역의 쿠르드 병력은 눈엣가시다. 터키는 이들을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일부로 보고, 두 세력이 연합해 분리독립운동을 벌이는 상황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군을 국경에 보내 쿠르드족 병력을 터키 영토에서 멀리 쫓아내는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은 시리아 북부에 주둔한 미군이 안전지대를 설정해놓고 양측의 군사적 충돌을 막았다. 하지만 느닷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에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은 최소한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신세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돌연 태도를 바꿔 또다시 논란을 샀다. 그는 트위터에 “너무 많은 이들이 터키가 미국의 큰 교역 상대란 사실을 쉽게 잊고 있다”고 적어 사실상 터키를 두둔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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