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윤씨가 밝힌 체포부터 재판까지 가혹했던 순간들

국민일보

화성 8차 사건 윤씨가 밝힌 체포부터 재판까지 가혹했던 순간들

입력 2019-10-10 08:19

여덟 번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붙잡혀 19년 6개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모(52)씨의 인터뷰가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윤씨는 고문과 협박을 이기지 못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수사관들의 가혹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채널A는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씨와의 인터뷰를 9일 보도했다. 윤씨는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에서 A(13)양의 집에 들어가 A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10월 1심 선고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윤씨는 2009년 수감생활을 마치고 가석방된 뒤 청주에서 거주해왔다.

윤씨는 이날 “갑자기 최 형사가 와서 날 수갑을 채웠다. 날 심문한 형사는 신 형사다”라며 “신 형사인가 심 형사인가 나오더라. 그 당시 장 형사가 아마 꼈을 거다. 장 형사하고 형사 4명인가 있어서 형사계장하고...”라고 했다.

윤씨는 체포된 직후 간 곳이 경찰서가 아닌 야산이었고 협박은 야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기억했다. 윤씨는 “야산 정상이었다. 순순히 자백하라. 협박 조로 얘기했다”며 “경찰이 덩치가 좀 있었고 유단자라고 얘기하더라. 겁을 많이 줬다”고 했다.

윤씨는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자신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켰다고 했다. “쪼그려뛰기를 시키는데 못하니까 발로 걷어찬 기억이 난다”고 한 윤씨는 “돌아가면서 손바닥으로 때리고 주먹으로 때리고. 넘어질 걸 어떤 형사가 뺨 두 대를 때리더라고, 정신이 없어가지고 그 다음부터 생각이 안 나”라고 말했다.

“3일 동안 잠을 못 자면 그 사람은 사망이다. 내가 잠을 자려면 깨우고 깨우고. 내가 하도 목이 타서 물 한 병 달라니까 물도 못 주겠다고 하더라”고 한 윤씨는 “알아서 자백하라. 자백하면 다 해주겠다”고 했다.

윤씨는 진술서는 경찰이 불러준 대로 썼고 지장도 강제로 찍었으며 현장검증도 경찰이 짠 각본대로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여기서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는 거야. 한두 명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거지”라며 “형사가 앞에서 이렇게 하라고 얘기를 한 게 생각나. 담이 많이 흔들리더라고. 형사가 잡아준 게 생각이 나 넘어간 기억이 없지”라고 했다.

윤씨는 자백할 경우 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찰이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5~6년은 받을 수 있겠다고 하더라. 형사계장 말은 10년 이야기를 하더라(자백하면)”이라고 한 윤씨는 “10년 정도다. 아무것도 모르는 판국에”라고 했다. 검찰 조사에선 자백하지 않으면 사형이라는 겁박까지 했다고 윤씨는 주장했다.

윤씨는 재판 과정에서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국선변호인을) 1심 결심 때 한 번 보고 끝”이라고 한 윤씨는 “변호인이랑 이야기해본 기억이 없다. 변호가 있어야 뭐를 하지”라고 했다.

1심 재판까지 자백을 유지했던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했다. “1심이 끝나고 내가 항소했다. (당시 검사에게) 재수사 요청을 했다”고 한 윤씨는 “(그러나 윤씨는) 넌 재수사가 안 된다는 거야. 이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 6일 윤씨를 찾아와 검거과정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물었다. 윤씨는 “당신들이 만들어낸 사건”이라며 상세히 진술했다. 이후 경찰은 윤씨가 고문을 했다고 지목한 형사들을 조사하기로 했고 당시 수사 검사와도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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